독재자 비위 맞추려 北인권 끝내 외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유럽연합과 일본이 제출한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고, 찬성 97표, 반대 23표, 기권 60표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2005년과 2006년에 이어 올해로 벌써 세 번째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날 투표에서 기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권 이유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표결에 앞서 한 정부 당국자가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기권키로 했다”는 배경 설명을 했고, 그것으로 정부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대북인권결의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던 정부가 북한의 인권상황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조건에서 투표를 기권한 것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스스로 내팽개치고, 동포의 고통을 외면한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란 본질적으로 김정일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우선 하고, 2천3백만 동포의 생명과 자유보다 더 중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 어느 누가 동조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실시된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졌다가, 올해 또 다시 기권으로 돌아섰다.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찬성표를 던졌다가, 올해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우호적 분위기를 깨는 것이 부담스러워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관된 원칙과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해결이 쉽지 않은 북한인권문제를 놓고 북한 당국의 눈치를 보며 해마다 오락가락 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특히, 북한인권문제는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을 구원하는 급박하고 중대한 일이다. 그런 절박한 문제를 필요할 때만 적당히 써먹는 얄팍한 정치 행태를, 정부는 또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표결 전날까지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찬성표를 던지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졸렬한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선진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민주국가의 정부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민족의 발전과 한반도 통일의 주체는 궁극적으로 7천만 남북 동포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2천3백만 북한 주민을 살리고, 통일과 민족의 주체를 세우는 일이다. 정부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 기권으로 기만적인 평화를 앞세워 동포의 고통을 방치하고 연장하는 세력의 행태가 웬만해선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번 대선이 정권 담당자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동포의 인권과 민족의 근본 이익을 갉아 먹는 세력을 심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