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야합한 남한의 ‘진보세력’

북한정권의 미래가 불안하다. 북한의 정권교체나 붕괴문제가 최근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핵개발 문제를 계기로 불거지기 시작한 북한정권의 체제보장 요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북한내부에서도 불과 5~6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정권의 실정에 대한 불평, 불만이 노골화되고 남한의 비디오와 노래들이 북한사회 전반에서 은밀히 유통되고 있다. 북·중 국경에서는 북한인민들이 매일같이 휴대폰으로 중국과 남한, 멀리 미국에도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02년 경제회복을 위한 ‘7·1경제관리조치’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고 김정일 초상화까지 일부 장소에서 내리워지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입장만 고려한 대북정책

이러한 현실들은 북한체제 안정의 3대 핵심축 중에서 2개의 축이 붕괴되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가 끝났으며 북한주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는 폐쇄가 더 이상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군대까지 동원한 사상초유의 통제력도 한계에 달해 보위부까지 돈을 벌려고 남한의 탈북자와 통화를 한다. 북한 체제는 이제 붕괴될 시간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북한인민들은 지난 15년에 걸친 최악의 고통 속에서 사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생적으로 모든 면에서 희망과 미련을 포기했다. 남은 것이란 분출할 수 없어 가슴속에 쌓이고 억제된 절망과 불안, 저항과 분노뿐이다.

그래서 북한인민에게 통일은 유일한 희망이요 미래이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정권은 북한인민에게 통일이 안 되어 못살고 통일을 위해 국방공업을 발전시킨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해왔다.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곧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지각있는 북한인민의 생각이자 바램이다. 통일은 가난을 해결하고 풍요를 줄 것이고 빼앗긴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인민이 바라는 통일의 상대인 남한에서 북한인민은 없다. 북한정권, 북한정권의 지도자인 김정일만이 남한에서는 북한을 대표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통일을 위한 한국의 상대는 ‘식견있는 지도자’인 김정일 독재자와 그의 추종세력뿐인 것이다. 통일의 상대로서 북한인민은 대북정책의 모든 측면에서 소외되어 왔다.

한국정부는 벌써 몇 년째 유엔에서 북한인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지 않았다. 한국의 진보정당들도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북한정권을 위태롭게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북한정권과의 대화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상회담을 언급해왔다.

그럼에도 북한 핵문제의 해결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한정권, 다시말해 김정일 독재체제의 유지를 보장받는 것이다. 북한정권이 10년 만에 북핵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도 붕괴되는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진영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두둔하면서 “한국 국민들의 뜻을 벗어나 강행 못한다”며 북한정권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북한인민이 자칭 ‘진보’ 심판할 것

북핵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북한인민의 입장은 완전히 무시한 채 김정일 독재정권의 입장만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독재자는 대중의 언로를 철저히 차단해버렸기에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북핵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 인민이다. 결과적으로 북한독재정권의 붕괴는 북핵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고 북한인민을 고통에서 구원하여 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며 남북한 인민이 공히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날이 갈수록 붕괴설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지금 통일의 상대인 북한인민은 없고 사려져야 할 독재자의 입장만이 한국에서 옹호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독재는 항상 영원하지 않고 인민과 국민, 국가는 영원하다. 독재가 붕괴되고 인민이 자유를 얻으면 역사는 지금의 현실을 평가할 것이고 독재정권을 변호했던 지금의 사태에 분노할 것이다. 독재를 반대하는 민주화투쟁으로 정당성을 얻은 한국의 진보진영은 그때에 가면 무엇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할까. 장벽을 다시 세우고 싶은 통일 15년의 독일 국민들의 갈등을 고려하면 남북갈등의 심각성을 예감할 수 있다.

북한의 독재정권이 붕괴되면 인민들은 독재정권에 빼앗겼던 역사의 공간에서 자신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독재와 야합했던 남한의 이른바 ‘진보세력’들을 잊지 않으려 할 것이다. 벌써 인민을 잊고 독재자를 옹호하려 했던 그들을 향한 분노의 갈등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 분노는 이질화된 문화와 정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세대를 넘어 100년은 갈 것이다. 그리고 100년도 더 이어질 남북갈등의 씨앗을 뿌린 그들은 100년간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김승철 / 북한연구소 연구원 (함흥출생, 1994년 입국)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