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세습처럼 全인민 세습화 꾀하는 北성분·계층제도

북한사회 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성분’이다. 성분이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공식 신분으로 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여러 가지 분류로 주민들을 나누고 있다.

필자는 최근 성분 제도를 설명하는 북한 공식 비밀문서를 입수하였다. 문서의 이름은 ‘주민등록참고서’ (이하 ‘참고서’)인데, 1993년 북한 사회안전부 출판사에서 나온 ‘절대 비밀’급 문서이다.

필자는 ‘참고서’를 처음 밝힌 사람이 아니다. 2007년에 월간조선에 ‘참고서’를 소개하는 칼럼도 나왔다. (▶기사 바로 가기) 다만, 월간조선 설명이 다소 짧아 ‘참고서’를 더 자세히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북한 주민이 갖는 신분은 세 가지이다. 바로 «출신성분», «사회성분» 그리고 «계층»이다. 각각은 17살이 되는 날에 부여 받는다. 단, 해외 출신자 경우 북한에 입국하자마자 받게 된다.

«출신성분»은 북한 국적자의 부모가 본인이 태어날 때부터 만17살까지 했던 사업으로 부여된다. «사회성분»은 북한 사회 내 지위를 표시한다. 일반적으로 제일 오랫동안 했던 활동에 따라 계산되지만, 예외는 있다.

«계층»은 출신, 하는 일 그리고 사상 형태를 모두 고려해 계산하는 것이다. «계층»은 1993년 당시 3가지 종류, 바로 «기본», «복잡» 그리고 «적대»으로 구분되었다.

1993년엔 북한에서 «성분»은 25개가 있었다. 바로, «혁명가», «직업적 혁명가», «로동자», «군인», «고농», «빈농», «농민», «농장원», «중농», «부유중농», «농촌 십장», «부농», «지주», «사무원», «학생», «수공업자», «십장», «중소기업가», «애국적 상기업가», «기업가», «소시민», «중소상인», «상인», «종교인» 그리고 «일제관리»이었다. «출신성분»과 «사회성분»도 이 제도에 따라 부여받았다.

어떤 사람이 출신이 나쁘지만 김일성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면 특별한 성분을 갖게 되었다. 예컨대, 김일성 부대에 원조한 기업가는 단순한 «기업가»보다 «기업가 (혁명지원자)»로, 즉 훨씬 좋은 성분 보유자로 등록된 것이다. 또한, 광복 직후에 새로운 정권을 적극적으로 원조한 사람도 «부농 (건국사업지원자)»와 같은 특별한 성분을 받을 수 있었다.

성분 결정을 내리는 곳은 일반적으로 보안서(경찰)이지만, «혁명가» 또는 «직업적 혁명가»라는 성분 수여를 하기 위해서는 당 중앙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였다. 북한은 정권 타도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정권 활동 자체도 «혁명»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북한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중국으로부터 영향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문에 관료가 된 김일성 부대 출신자는 바로 «직업적 혁명가»가 되었고, 김일성 부대 소속이 아닌 항일 운동가가 «혁명가»로 등록되는 건 어려웠다.

«출신 성분»은 수여 이후에 변경되지 않지만, «사회 성분»은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면, 3년 이상 군대에 복무한 자가 «군인» 사회 성분을 받은 이후 «혁명가»와 «직업적 혁명가» 이외에 제일 좋은 사회 성분인 «로동자»를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 중에 하나를 충족하여야 했다:
 
• 해방 후 국가기관, 공장, 기업소(협동조합 포함), 과학, 교육, 문화, 보건, 상업 유통, 편의 봉사 부문 등에서 육체노동을 3년 이상 진행함
• 주요대상건설에 연속 참가하여 육체노동을 3년 이상 진행함
• 대학을 졸업하고 3대혁명소조에 나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함

«계층»은 «성분»과 달리 급수가 더 많았다. 1993년 당시 전체 55개의 «계층»이 존재했고, «기본», «복잡» 그리고 «적대» 계층으로 나누고 있었다.

«기본 계층»은 다음과 같은 신분으로 구성되었다: «혁명가», «혁명가 가족», «혁명가», «영예군인», «영예전상자», «접견자», «영웅», «공로자», «제대군인», «전사자 가족», «피살자 가족» 그리고 «사회주의애국희생자 가족».

«혁명가»와 «접견자»라는 계층은 당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부여받는다. 여기서 «접견자»는 «참고서»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직접 만나주시고 높은 정치적신임과 배려를 들려주신 사람» 또한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접견하시지 않았으나 직접 영웅 칭호를 수여하도록 추천하시였거나 입당시켜주신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복잡 계층»은 다음과 같은 분류로 나누고 있었다: «인민군대 입대 기피자», «인민군대 대렬 도주자», «귀환 군인», «구환 시민», «반동 단체 가담자», «일제 기관 복무자», «해방전사», «건설대 제대자», «의거 입북자», «10지대관계자», «금강학원 관계자», «정치범 교화출소자», «종교인», «월남자 가족», «처단된 자 가족», «체포된 자 가족», «정치범교화자 가족», «포로되였다가 들어오지 않는 자의 가족», «해외 도주자 가족», «지주 가족», «부농 가족», «예속 자본가 가족», «친일파 가족», «친미파 가족», «악질 종교인 가족», «종파분자 가족», «종파련루자 가족», «간첩가족», «농촌심장가족», «기업가가족» 그리고 «상인 가족».

여기서 «10지대관계자»와 «금강학원 관계자»는 눈에 띤다. «참고서»의 설명이 분명하지 않지만, 이 사람들은 바로 박헌영 관계자인 것 같다. 금강학원은 현재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이라고 부르고 있고, «10지대»는 남한에 박헌영 관계자들이 빨치산 활동을 한 남한 지역 중에 하나이다.

또한, 필자는 «의거 입북자»와 «정치범 교화출소자»가 «복잡 계층»으로 분류된 점이 흥미로웠다. 북한 당국이 남한에 살아본 적이 있는 자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참고서»는 «적대 계층»에 소속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고 주장하고 있다. «적대 계층»은 «지주», «부농», «예속 자본가», «친일파», «친미파», «악질 종교인», «종파분자», «종파련루자», «간첩», «농촌심장», «기업가» 그리고 «상인»이 소속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대 계층» 소속 가족은 «복잡 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특징은 성분과 계층 중에 «당원»이라는 분류가 없는 점이다. 원래 일부 연구에 이 분류가 존재하고, 입당자를 기본 계층으로 등록시켰다는 주장은 있다. 다만 1993년 기준으로 «당원»이라는 성분이나 계층이 없고 «참고서»에는 당원의 성분은 보안서가 아닌 당 위원회가 결정한다고만 되어 있다. 

성분과 계층의 기본적으로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출신성분»은 부친의 «사회성분»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성분은 언제 변경될 수 있을까? «참고서»에 따르면 4가지 경우가 있다:

• 인민군이나 인민경비대에서 제대한 경우
• 교화소 등에서 출소한 경우
• 본인의 계급적 토대, 사회정치생활 경위, 가족, 친척들을 객관적으로 요해(了解·파악)하지 못하여 성분 및 계층이 규정하지 못할 경우 
• 죄과가 없어졌거나 취소됐을 경우

1993년 당시엔 계층의 변경에 대한 규칙이 없었지만, 필자가 잘 아는 보안서 출신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1990년대 말기 «심화조 사건» 이 후에 «계층» 제도가 개혁돼, «기본», «복잡» 그리고 «적대» 3개의 분류 대신하여 «특수», «핵심», «기본», «동요» 그리고 «적대» 등 5가지로 나누게 되었다. 또한 인생에서 1번 «동요»에서 «기본»으로, 또는 «기본»에서 «핵심»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특수» 계층에 올라가거나 «적대» 계층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참고서»에서는 «성분»과 «계층»에 대한 정보 이외에도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정치범 수용소의 공식적인 명칭은 «관리소»라고 하고 1993년 기준으로 제18호 관리소는 안전부 소속이었고, 나머진 보위부 제7국 소속이었다. 이는 관리소 경비원 출신 안명철 씨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참고서»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없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등 북한 왕족의 성분이나 계층에 관한 정보가 없다. 필자는 여러 번에 걸쳐 북한 김씨 일가의 성원들은 등록 대상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이런 사실이 여기에서 확인된 셈이다. 

또한 «참고서»엔 김일성 항일 빨치산 부대에 대한 언급은 있는 반면,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 당국이 일본 제국주의를 쳐부순 세력이 바로 이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완전한 조작이라는 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성분’과 ‘계층’은 북한 당국이 국민의 출신에 따라 모든 혜택을 차별하는 제도이다. 특히 김일성 시대에 ‘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출세가 불가능하였다. 평양에 방문도 금지되고, 대학 입학과 군대 입대도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공급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반대로, 김일성 부대 소속인 빨치산의 자녀들은 아주 쉽게 출세하고 사회의 엘리트 그룹에 진입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성분’ ‘계층’ 제도의 목적은 북한 정권이 세습인 것처럼, 전(全)사회를 세습 사회로 변경시키는 것이다. 이런 “참고서”에서는 이런 신(新)봉건주의적인 제도, 즉 봉건제도만큼 불평등제도를 구축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