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국정원 비난, 이제 냉정해질 때

대한민국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투숙하고 있던 호텔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려다 발각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가정보기관이 동네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보다 못하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사건의 근본 배경이 무리한 인사정책이나 내부갈등에 있다는 언론의 추측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치의 빈틈 없이 수행 돼야할 첩보나 공작활동이 허술하게 진행된 점은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국정원의 명예를 실추시킬 행동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와 개선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첩보나 공작활동에서 미숙한 점이 발견됐다고 해서 이를 좀도둑에 비유하고 국정원의 모든 활동을 아마추어리즘으로 폄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번 사건은 과거 논란이 됐던 국내 인사 도청이나 대북송금 같은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국익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전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법은 정보수집, 작성, 배포 활동의 범위를 국외 정보와 국내 보안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외정보로 취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국정원법에서 정한 법리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변화되는 세계정세 속에서 정보기관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냉전 시대가 끝나고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지금까지의 국가안보 범주를 넘어 경제적 이익의 영역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 내각조사실과 이탈리아 민주보안집행위(CESIS)등 선진국 정보기관은 국내 중요정책에 대해서까지 정보 수집·분석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분야의 정보활동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핵심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던 직원들이 국정원의 수사로 체포되는 보도도 간간히 볼 수 있다. 공작활동이 미흡했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정보기관 내의 분열과 암투, 인사문제 등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며 정보기관을 흠집내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기관의 위상이 추락하고 관련 기능이 약화된다면 우리의 국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국민들도 정보기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정보기관이 권위주의 통치를 떠받드는 시대가 아니다. 국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직원들이 대다수다. 때문에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해서는 가능한 신중하게 접근한다. 외국의 경우에도 비록 작전 수행 과정에서 정보기관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더라도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고 야당에서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이슈로 다루지 않는다. 


피해 당사국인 인도네시아마저도 이번 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특사단장으로 방한했던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이 이번 사건을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밝히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측의 이 같은 반응은 각국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정보활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국제적 환경을 인정하면서 외교적 마찰을 최대한 줄이자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정치권과 언론의 지금과 같은 행태는 정보기관의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 정보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하는 형국이 되고 말 것이다. 안보적으로는 북한이라는 위협적 존재와 대치 상황에 놓여있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각국과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울 필요는 없다.  


국정원은 국력의 기초가 되는 정보력의 산실이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각종 첩보나 공작활동 중에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이름을 남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다. 우리가 이들을 향해 필요 이상의 손가락질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과 언론, 정치 지도자들의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를 기대해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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