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마련에 촌지주고”…北아동절 유치원서 비리 성행



평양 중구역에 있는 대동문유치원 아이들 모습.(2017.06.01) /사진=노동신문 캡처

진행 : 북한에서 오늘(6월 1일)은 한국의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입니다. 이날을 맞아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는 가정집에서 교양원(유치원 교사)에게 돈을 바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김채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회령시 남문유치원과 탄광기계공장유치원 등에서 운동회와 등산회가 조직됐습니다. 겉보기에는 무난한 행사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서도 북한 내 만연한 부패 문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아동절 행사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기 위해 옷과 신발, 벤또(도시락)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특히 간부 집에서는 교양원 도시락 준비에 5만 원을 쓰고, 따로 현금 5만 원을 준비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교양원들의 금품 수수 관행은 북한의 탁아 유치원에 대한 국가적 혜택이나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식량부터 시작해서 치약, 칫솔, 소금, 된장까지 모든 것을 보장해야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직장 또는 시장활동을 해야 하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든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교사들의 요구에 따라야 합니다. 남한에서도 과거에는 교사들에게 촌지라 불리는 뇌물을 주는 관행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법적인 규제와 함께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됨에 따라 이런 문화를 찾기 어려워 졌습니다. 

특히 이런 과정에 교양원은 도시락이나 현금을 바친 가정의 자녀들을 특별하게 대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뇌물을 많이 바친 하급 간부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상급 간부의 행태와 유사한 모습이 유치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소식통은 “잘 사는 집 어린이들은 유치원에서 자신감과 활기가 넘친다”면서 “반면 생활이 여의치 않은 집 어린이들은 주눅이 들어 눈치만 보고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처럼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가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도시락을 사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주민도 있지만, 자식을 간부를 시키려고 하는 부모의 경우엔 매일 도시락을 사서 보내기도 한다”고 현지 실정을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