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or 수용’ 놓고 고민 깊어지는 북한 선택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 최종제의에 8일째 침묵하고 있다. 북한이 회담 제의를 수용할 것인지, 수용하지 않는다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22일 6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결렬된 이후 회담이 지연되자 우리 정부는 29일 통일부 장관 명의로 마지막 회담을 제의하며 북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통일부는 4일에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원하는 우리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북한 측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정부는 5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남북경협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심의를 이번 주 초 정도에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협보험금 지급은 기업들이 생산 설비 등 공단에 남은 기업 자산을 정부에 넘기는 것으로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 수순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협보험 지급은 가동중단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8일째 침묵하는 것은 회담 수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회담 제의를 수용한다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북대화’나 ‘6자회담’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해서 거부하면 북미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밝혔다. 시드니 사일러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지난 1일(현지 시간) 한인 비영리단체인 한인위원회(CKA) 관계자 등 재미 한인들을 초청해 가진 국정브리핑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의 상당한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이 회담 제의를 만약 수용한다면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아닌 공단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역제의를 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바 있는 만큼 이와 관련 당국 간 회담을 재차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개성공단 실무회담에는 침묵하면서 장마철 ‘수해피해 복구’와 관련된 인도적 지원을 핑계로 별도의 남북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원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활용해 돌파구 마련을 시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상반기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긴장을 고조시킨 점을 복기해 볼 때, 오는 19일부터 2주간 실시되는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문제 삼아 다시 한반도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데일리NK에 “개성공단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부의 재발방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북대화나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과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가야하는데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최악의 경우 도발을 해서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고 (남북·미북 관계) 페이스를 유리하게 가져가려 할 수 있다”면서도 “올 상반기 긴장을 고조시켰는데 실패를 본 만큼 통크게 남북 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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