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⑦] “도대체 어디로?”

선희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해가 지고 말았습니다. 그 근방에서 허둥대고 있다가는 또 붙잡히고 말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달아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된단 말입니까.

중국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곳이라곤 그 근처밖에 없었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는 1개월간 우리를 보살펴 주었던 그 파출소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선희야! 또 파출소 할아버지한테 갈까?”

간신히 눈물을 멈춘 선희는 묵묵히 머리만 끄덕였습니다. 파출소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보더니 몹시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야단치지는 않았습니다.

“추웠지? 안에 들어오너라.”

할아버지는 다정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요리를 먹으면서 북조선에 되돌아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일들을 말씀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응, 응” 하시며 말없이 듣고만 계시다가 물으셨습니다.

“북조선에 가는 것은 싫으냐? 가면 살아갈 수 없겠느냐?”

할아버지는 우리가 부모님이 없긴 하지만 친척이라도 돌봐 줄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친가 쪽으로도 친척이 거의 없다는 것과 외가 쪽으로도 신안주의 숙부님 집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할아버지는 무엇인가 결심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알았다…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방법은 있을거야… 그러니 오늘은 이제 자자.”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나는 오래간만에 밝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서야 장래의 희망이라는 것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지난 2∼3개월 동안은 오늘 아니면 내일을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먼 앞날의 일까지는 생각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날 밤은 따뜻한 온돌방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허리를 펴고 잠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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