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2018년 김정은 생존외교: 국제적 고립 탈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케빈 림, 더 스트레이츠타임즈(Kevin Lim, THE STRAITS TIMES)

2018년 김정은의 외교는 국제적 고립 탈피 전략으로 일관했다. 북한의 외교 전략은 궁극적으로는 정권안보와 체제유지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미국과 북한이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점차 강화됐다. 지난해 이맘때 쯤 유엔안보리 결의안 2397호가 채택됐을 때 북한은 사실상 국제적으로 거의 고립돼 있었다. 당시에는 중국 정부도 북한 당국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등을 돌린 상황이었다.

이 같은 위기에서 북한이 벗어날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공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장 평화 공세를 통한 미봉책이었다. 정공법을 취한다는 것은 정권의 붕괴를 뜻했다. 북한에게 정공법은 중국이 40년 전 개혁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국제사회로 편입됐듯이,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전격적인 개혁개방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신격화된 수령의 절대적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정권의 붕괴와 직결된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위장 평화 공세를 통한 유화책을 구사하게 된다.

북한에게 중요한 것은 명분이었다. 뜬금없이 웃는 얼굴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좋은 구실이 2월에 개최된 평창올림픽이었다. 김정은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민족의 경사’를 축하해주는 게 당연한 처사라며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사했다. 그 후 남북관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세 차례의 정상회담과 수많은 남북접촉 및 교류가 이어졌다. 김정은은 한국을 중재자로 삼아 미북관계 개선도 시도했다. 그 결과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도 열렸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 큰’ 이미지를 공감하며 비핵화에 대한 논의도 나누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은 북한의 국제적 고립 탈피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북한 당국이 핵, 미사일 도발을 자제하며 한국, 미국과 관계개선을 이어가는 행태를 지켜본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간에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까지 열렸다. 중국의 계산은 남북미 관계가 해빙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점과 비핵화 과정에서 소외됐을 때 자국의 전략적 지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에 북한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온 것으로 사료된다. 중국의 동북아 정책에 동조적인 러시아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올 하반기 즈음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핵, 미사일 도발로 소원해지기 이전 시기보다 더욱 공고한 관계로 만들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에 유류와 생필품을 공급하며 북한의 ‘생명줄’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한국에 대해선 ‘민족’ 담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사회 전반에 친북 정서를 확산시키고, 미국과는 ‘전략적 모호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고립의 탈피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고, 정권안보와 체제유지도 돈독히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외교 전략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북한 당국의 비핵화 지연전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대북제재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국제사회도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뒤를 봐주는 빅 브라더에 의존한다 하더라도 쓰러져가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나 해제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한국과의 경제협력도 온전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김정은이 비핵화 기만전술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정공법을 택하기를 기대해본다. 핵을 포기하고 북한을 개혁개방 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 거듭나는 길만이 북한이 진정으로 ‘정상국가’가 되는 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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