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평양 남북정상회담, 무엇이 필요한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올해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10월 이후 11년 만에 한국 대통령이 평양 땅을 다시 밟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벌써’라는 부사를 사용한 이유는 올해 남은 석 달 동안 추가적인 정상회담이 있을지 모르는 개연성 때문이다. 그만큼 남북관계는 올해 들어 비약적인 발전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내실있는 개선과 발전을 계속해 나가려면 북한 비핵화에 일정한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북한 입장을 조화시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북 핵협상이 교착상태를 맞은 상황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대화를 촉진하고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니만큼 비핵화와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고 남북 경제협력의 조속한 재개 방안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만반의 대응논리를 갖춰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응은 크게 보아 북한 비핵화 진전 방안과 남북관계 개선에 관련된 것으로 모아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별개의 독립변수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규정하고 있는 상생변수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문제다. 북한 당국은 한미공조 vs. 민족공조의 이분법적 선택 구도로 압박해 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이 두 사안이 한국에게는 선택의 문제 혹은 우선순위 부과의 문제가 아니라 양자를 조화롭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유연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한미공조가 필요한 이유는 반드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주변국의 군사대국화에 대비하고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제라는 점을 설득하면서 주한미군이 철수했을 시 지역안보가 심각하게 불안정해짐에 따라 북한의 안보에도 일정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음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한 한미공조가 남북한 간의 민족공조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로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김정은의 안보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군사실무회담과 장성급 회담 등을 통해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 및 우발적 충돌 방지 등에 의미 있는 합의들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핵’이 존재한다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이 한미공조에 미묘한 잡음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다시 민족공조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시켜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시급함을 설명해야 한다.

둘째,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과 관련된 문제다. 현재 북한 당국은 남북경협의 재개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남북경협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 이유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최근 들어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외세배격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로동신문>은 남북관계 개선이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민족자주의 입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남북경협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비롯하여 경제계 방북단만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을 비롯하여 산림협력 등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들도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야기하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퍼주기 논란’을 재현할 수 있는 선제적 대북지원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남북경협안을 제시하고 김정은과 합의하는 게 무난한 순서가 될 것이다.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는 건 물론이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는 경협 이외의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의 남북교류는 평창올림픽을 필두로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두드러졌다. 그 밖에 문화, 예술 부문도 남북한 국민들의 민족동질성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남북경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의 경제 회생이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위해선 북한 당국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의 시작이 선결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비핵화와 남북한 관계개선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마차를 움직이는 두 개의 바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 두 개의 바퀴를 정상적으로 작동케 하는 두 정상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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