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북한의 위험한 도박, 승산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1년 5개월 여 만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것은 2017년 수준의 전쟁 위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무모한 베팅으로 볼 수 있다. 이 위험한 도박이 성공할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북한의 ‘화력타격훈련’엔 300mm 신형 방사포와 240mm 방사포, 그리고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과 매우 유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미사일의 발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규제하고 있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비롯하여 9.19 남북군사합의서 내용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자칫하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미국의 호의를 뒤바꿔놓을 수 있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도발한 것이다.

현재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협상 부진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체제 이완을 우려하고 있고, 남북관계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불리한 현상의 타개책으로 도발 카드를 꺼내드는 도박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먼저 북한 당국은 교착 국면에 빠진 미북 협상을 유리하게 다시 시작해보려는 의도에서 전술적 차원의 저강도 도발을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말에 결렬된 하노이 2차 정상회담 후 미국 내에선 북한에 대한 강경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유지하고 있으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주요 관리들은 북한의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의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당국은 자립경제니 자강력 제일주의 등의 슬로건을 연일 강조하고 있으나,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북한 경제의 위기지수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사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내심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들이 유리하게 샅바를 움켜쥔 상황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이번 북한 당국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외부와의 긴장고조 전술로 해묵은 레퍼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북한 내부에선 심상찮은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일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 내에서 장마당을 중심으로 ‘체제 붕괴’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2차 미북정상회담의 결렬로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북한 주민들의 절망감이 그 같은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 당국에서는 이 같은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체제 결속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제기됐을 터이고, 그것은 외부와의 긴장 고조를 통해 내부 동요를 잠재우는 전통적 방식으로 나타났다.

셋째,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 표출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5월 4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5월 10일)을 엿새 앞둔 날이었다. 또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사거리가 280~500km 정도로 한국의 군 수뇌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미사일이라는 얘기다.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가 ‘중재자’라면서도 동맹인 미국 편에 기울어져 있는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준수하며 남북경협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난해왔다. 지난 6일에도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원한다면’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남북관계가 과거로 돌아가려는 엄중한 정세에 놓여 있다며 그 원인을 “말로는 북남선언들의 리행을 떠들면서도 밖으로는 외세의 비위를 맞추고 안으로는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며 북남선언리행을 회피한 남조선당국의 온당치 못한 태도”에 있다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남북관계만 생각하며 관계개선을 위해 경제협력부터 재개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을 일거에 타개하기 위한 일타삼피(一打三皮)의 방안으로 북한 당국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 아직까지 미국은 자신들의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듯하며, 북한에 대해 ‘묻지마식 포용’을 베풀고 있는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의 도발 수위를 애써 낮춰주고 있다. 자신들이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북한 당국은 좀 더 과감한 베팅(ICBM 발사 실험)을 감행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같은 위험한 도박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순간 한반도는 또 다시 전운에 휩싸이게 되고, 한국 내에서도 대북 강경 여론이 대두하는 등 ‘의도치 않았던 결과’들이 나타나면서 북한 당국은 더 큰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도발을 통한 도박이 아니라 진솔한 비핵화 조치를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정도(正道)라는 점을 북한 당국은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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