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북미회담 결렬과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

최선희 리용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혔다. 리영호의 입장 발표 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허무감도 컸다. 전 세계가 성공을 기원했던 2차 미북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향후 실무협상을 통해 미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기회는 있지만 이번 회담의 결렬은 정상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이뤄진 정상회담이 지닌 한계를 드러낸 사례였다. 이로써 경제재건과 삶의 질 향상을 염원했던 북한 주민들의 오랜 염원은 다시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키신저(Henry Kissinger), 베리지(G. R. Berridge) 등 국제정치학자들은 정상회담이란 실무수준에서 조정된 합의내용을 정상들이 비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관 수준에서의 철저한 사전준비를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은 실무 협상의 교착과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Top-down’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상외교의 교과서적 원칙에서 벗어난 변칙 외교였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두 정상 간의 개인적 관계와 권위에 의존해서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얼마나 가능케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지난 23일 오후 김정은이 평양을 출발하기 전부터 전 세계 언론은 그의 동선(動線)에 관심을 집중했다. 김정은에게 집중했던 스포트라이트는 2차 미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를 넘어 사람들에게 그 결과에 대한 낙관적 사고를 심어주기도 했다. 김정은의 60시간 열차 이동은 그런 효과를 의도했는지도 모른다. 회담 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는 세계평화에 대한 분위기가 물씬 피어났고, 한국에서는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과 북한이 어떤 합의를 하고 어떤 선언을 하더라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포장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미북 두 정상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고 2차 미북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27일 환영만찬과 28일 단독회담까지만 해도 이번 회담의 성공적 분위기가 만연했었다. 그러나 사실 단독회담의 모두발언에서 회담 결렬의 징조는 나타났다.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은 비핵화의 시한과 관련하여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장기적인 협상 의지를 나타낸 반면, 김정은은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라며 상대적으로 초조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발언은 신년 초부터 미국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했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경제사정의 악화와 통치자금의 고갈로 제재 완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미국의 ‘선의’가 필요한데 그것을 위한 실무 협상이 여의치 않으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작은 양보를 하고 큰 대가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간이 북한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제재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전부터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회담의 성공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였다.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진전된 합의를 이룰 수 있느냐,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그 밖의 핵시설에 대한 폐기와 사찰, 검증을 끌어낼 수 있느냐,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신고/검증/사찰을 포함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미북관계 관계 및 평화선언, 그리고 제재의 일부 완화가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세 가지 비핵화 기준과 관련하여 어떤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영변+알파’라고 하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의 수준에서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미국은 영변 외에 다른 핵시설 및 미사일 기지의 폐쇄도 희망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을 협상 대상으로 내놓으며 상응조치로 제재의 전면 해제를 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 이익의 극대화를 의도하는 북한에게 도저히 양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2차 미북정상회담의 결렬 이유는 이렇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면 비핵화 개념에 대한 양측의 이견(異見)에서 이미 회담 결렬의 불씨는 잉태돼 있었다. 미국의 비핵화 개념은 한마디로 북한이 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란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 존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자산의 전개를 중단과 핵우산의 제거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신들의 비핵화는 미래 핵프로그램에 국한시키고 있다. 북한은 여태껏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왔다. 한 번도 그들은 ‘북한의 비핵화’란 용어를 구사한 적이 없다. 이처럼 양측이 규정하고 있는 비핵화의 개념이 판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협상이나 회담은 백날을 해도 진전된 합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도 의심스럽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제재의 전면적인 완화를 요구하고 그것이 수용되지 않자 협상이 결렬됐다는 점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여태껏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그에 따른 안보 불안 때문에 핵개발에 매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피력하며 미북관계 개선을 공언했음에도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여 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은 북한 핵개발의 동기가 다른 데 있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경제 재건을 위한 밑천으로 핵개발에 매진해왔다는 것이다.

2차 미북정상회담은 개최가 확정됐을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북한 비핵화의 기대치를 낮추며 졸속 합의를 해 줄 개연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 같은 걱정이 현실화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북한의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늦춰졌다는 점은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미북 정상회담은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고, 향후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실무협상을 통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의제 조정을 통해 내실있는 회담으로 평가되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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