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김정은 핵보유 의지는 독재 유지 수단이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11월 ‘선동자료’를 통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국가핵무력완성일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사진=데일리NK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거치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조야에서는 미북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개된 북한 당국의 이른바 ‘강습제강’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기실은 핵보유국 위상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에 있었음을 말해준다. 똑같이 비핵화로 읽혀지지만 핵을 포기하는 非核化가 아닌 핵을 숨기는 秘核化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대학교의 브루스 부에노 드 메스키타(Bruce Bueno de Mesquita)와 알레스데어 스미스(Alastair Smith)의 야심작 『독재자의 핸드북(The Dictator’s Handbook) (2011)』에는 독재자의 통치 원칙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가운데 하나로 그들은 독재자는 자신을 지지하는 최소 규모의 지배 연합을 형성하고 그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보상에는 금전적인 부분뿐 아니라 독재자의 통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도 포함된다. 지배 연합의 그 같은 확신이 무너질 경우, 독재자의 지지자들은 기존의 통치자를 대신할 경쟁자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이 입수해 지난 17일 공개한 북한의 군 장교 및 장성들에 대한 ‘강습제강’에는 이 같은 고려가 녹아있다.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지난해 11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 문건에서는 북한 정권의 핵심 지지 세력이기도 한 군부를 상대로 한 김정은의 전략적 고뇌가 잘 드러난다.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김정은은 비핵화를 실행했어야 했다. 북한 주민들의 염원도 그 지점에 있었고, 평소에 애민정치를 강조했던 김정은은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제시켜 북한 경제를 재건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개인독재를 유지하고 더욱 공고하게 다지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보다 자신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는 소수 지배 연합의 지지를 유지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메스키타 류의 독재 이론에 따르면, 그들만의 지지와 복종으로 독재체제는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핵이 있기에 김정은은 현재의 지배 연합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핵이 있기에 군부를 비롯한 핵심 지지 세력들은 김정은의 통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이럴진대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강습제강’에서 김정은은 “지금 미국 놈들이 우리의 핵전력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서 핵무기를 빼앗아내려고 다음 단계의 협상을 하자고 수작을 걸어왔는데,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의 최후의 핵담판을 하려고 한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민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노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 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난신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 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전력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하려는 의지가 없었음을 말해준다. 그보다는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핵군축 혹은 비확산 협상을 하겠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이 문건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유사한 문건들에 대한 교차 확인으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없음은 쉽게 확인된다. 데일리NK가 입수하여 보도한 바 있는, 지난해 9월 북한 정권수립 70년을 기념하면서 북한 당국이 배포한 ‘강연제강’에서도 간부, 당원, 근로자 학습반을 대상으로 ‘핵무력 완성’과 ‘핵강국’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기재됐고, 11월에 간부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선동자료’에서도 ‘핵무력 완성’ 1주년을 맞아 “국가 핵무력 완성은 역사적 대업이고 당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임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6월의 1차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도 꾸준히 핵무기 수를 늘려 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세계 핵군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지난해의 10~20에서 20~30개로 10개 가량 늘어났다. 더 나아가 북한은 미국과 대화 중에도 미국이 제재 중인 이란과 비밀리에 핵 및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데이터를 공유해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非핵화가 아닌 秘핵화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령 개인의 독재에 기반한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북한의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 독재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핵심 지배연합의 지지를 유지해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핵’이라는 정권 안보의 보검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가. 앞으로의 대북정책과 국제공조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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