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러 오마” 56년만의 상봉

제14차 이산가족 특별상봉에 참가한 가족들은 28일 금강산호텔 환영만찬을 통해 반세기 넘게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꼭 데리러 오마”..56년 흘러=

0…남측 이정애(85) 할머니는 6.25전쟁 시기 피난을 가며 두고 온 북녘 아들 조영민(59)씨와 여동생 리정희(73)·정수(68)·영숙(66)씨를 만나 웃음꽃을 피웠다.

이 할머니는 당시 11살인 큰 아들과 돌을 갓 넘긴 막내아들을 데리고 피난을 떠나면서 네 살배기 둘째 아들은 시댁에 맡기고 왔다. “꼭 데리러 오마”라고 무거운 발걸음을 뗀 지 56년 만에야 어렵사리 만나게 됐다.

사실상 전쟁 고아로 남은 영민씨는 북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가정을 일궜고 말괄량이 여동생들도 이젠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남에서 온 언니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이렇게 가족을 만난 것이 꿈만 같다며 “북에서 잘 커 줘서 흡족하다”고 말했다.

영민씨는 어머니에게 두 손으로 ’백두산 돌꽃술’을 따라드렸다.

이 할머니는 장성한 아들을 대견해하면서 “술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다가 큰 아들 영기(65)씨가 “아들이 처음 올리는 술인데 받으세요”라고 권하자 흡족한 얼굴로 술을 받았다.

영기씨는 세 명의 북녘 이모들에게 술을 따랐다.

특히 영기씨보다 한 살 위의 이모 리영숙씨는 조카의 술을 받고 얼굴을 붉히며 즐거워했다.

어렸을 때 나이 차가 적은 영숙씨에게 ’이모’라고 부르지 않았던 영기씨가 만찬장에서 처음으로 ’이모’라고 말을 건넸다. 영기씨가 “내가 (영숙) 이모한테는 옛날에 이모라고 안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이모야”라고 말하자 일제히 웃음보가 터졌다.

= 꿈에도 그리던 5남매 상봉=

0…1950년 12월 고향인 황해도를 홀홀 단신으로 떠나 온 지 56년, 타지에서 생활하려 떠난 길이 그대로 생이별 길이 된 임태표(75) 할아버지는 세 명의 남동생, 한 명의 여동생과 한자리에 앉았다.

임 할아버지와 림태억(72)·태언(68)·태호(66)·명옥(63.여)씨는 다소 서먹했던 단체상봉 때와 달리 만찬장에서는 웃음을 머금고 서로 음식을 담아주며 혈육의 정을 나눴다.

어린 동생들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던 임 할아버지는 주름 잡힌 동생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결국 “어려서 본 얼굴인데..지금 보니 백발이 성성해 기분이 착찹하다”고 말했다.

=’고향의 봄’ 합창=

0…북녘 술이 몇 순배 돌아가지 만찬장은 어느새 ’고향의 봄’, ’아리랑’ 등의 노래가 넘치는 자리가 됐다.

남측 한범석(90) 할아버지의 북녘 딸 성환(61)씨가 일어나 재롱잔치 하듯 손동작을 하며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며 선창하자 이곳저곳에서 노래가 터져 나왔다. 반세기 이별의 아픔이 배어나는 합창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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