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같이 삽시다”

“나 올해 78살 아니오. 나 금강산으로 당신 만나러 갈 힘이 없소. 우리 그냥 같이 삽시다. 나 100살까지는 살 것이오”

8일 이뤄진 제3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한국전쟁 때 헤어진 남측 남편 조광혁(82)씨를 만난 북측 부인 전경순(78)씨는 5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남편에게 떨어져 살아온 세월을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그리워하며 부모님을 모신 채 수절해 온 전씨에게 조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잘 모셔준 것 너무 고맙소. 그저 미안하고 고맙소”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조씨 부부는 각각 조씨가 20살, 전씨가 16살 되던 해 결혼해 3년간 함께 살다 한국전쟁이 나는 바람에 헤어진 뒤 50여년간을 떨어져 살아 왔다.

조씨가 전씨에게 “그 곱던 모습이 어디 갔느냐?”고 하자 전씨는 “이젠 할머니가 다 됐는데..”라며 새색시 같은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상봉에 나선 조씨가 남측에서 재혼해 낳은 아들 조성룡(49)씨는 “아버지가 1년에 한 번씩 소주를 많이 드시고 오셔서 크게 우는 날이 있는데 그날이 바로 아버지가 북에 있는 어머니와 전쟁통에 헤어진 날”이라며 “그렇게 아버지가 버리고 남으로 내려왔는데 아버지 원망 많이 하세요”라고 말하자 전씨는 눈물을 훔쳤다.

자신을 버리고 달아나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조씨의 질문에 전씨는 “한 때는 날 버리고 가버린 당신이 원망스러워 결혼 사진을 다 찢어 버렸다”며 “그래도 살아 있어 이렇게라도 상봉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상봉장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조씨의 남측 부인 양영진(72.여)씨는 “남편이 1999년 1차 상봉에서 탈락한 뒤 크게 실망해 중풍에 걸렸다”며 “북측 부인이 너무 애처로워 나도 전씨를 위해 금목걸이와 반지, 한복을 선물로 준비했다”며 처음 보는 남편의 북측 부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남편이 북측 부인과 어려서 결혼해 정이 많이 들어 `죽기 전에 꼭 한 번 전씨의 손목을 잡아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왜 남편이 북측 부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화상상봉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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