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카드’ 뽑아든 부시, 北核해결 가능?

2·13합의 이후 북미간 접촉이 급물살이다. 힐의 방북 타진에 이어 라이스 미 국무장관, 부시 전 대통령까지 방북 예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곧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북한 김정일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며, 미북간 양자대화를 거부했던 부시 미 행정부가 지난 1월 베를린 회동을 시작으로 ‘2·13 베이징 합의’까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대화카드로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기류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이후 본격화됐다. 부시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 이후 대북정책에서 강경 입장을 보여온 관료들을 내보냈다.

특히 작년 11월 네오콘의 대부격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정책의 실패를 책임지고 물러났고, 유엔의 대북제재를 이끌었던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했던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비확산담당차관의 사퇴는 대북 협상파에 힘이 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북핵 관련 의사결정라인은 부시-라이스-힐로 일원화 돼있다. 대북 협상파가 주도한다는 것은 곧 그동안 대북정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고 평가되던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의 쇠퇴를 상징한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1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과 대북 정책이 변했다는 관측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힐 차관보가 6자회담을 책임지고 있으며, 미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가장 핵심적인 인물(Point Person)”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대북정책 방향 결국 부시 대통령이 결정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해 미국내 강경파의 반발도 적지 않다. 볼턴 전 대사는 이번 합의를 “나쁜 타결”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비판에 “전적으로 틀린 평가”라고 반혼했다. 그러자 볼턴 전 대사는 또 다시 “부시 대통령 1기 때의 정책이 정확히 맞는 것이었는데 대통령이 정책을 바꿔 매우 슬프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과정을 볼 때 미국의 대북정책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이 지난 6년간 고집해온 대북 강경노선과 무시전략을 버리고, 갑자기 행정부 내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대화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이에 대해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여러 이유 중에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완패하고 2년 미만의 임기를 남겨놓은 부시 행정부의 ‘조급함’을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강경파로부터는 김정일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지만, 실질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 냉탕도 온탕도 아닌 정책으로 북한 핵실험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들었고, 온건파로부터는 대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질타를 받아왔다”고 대북정책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의 ‘조급증’은 이라크 정책 실패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서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기가 2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북 양자대화를 요구하는 국내외 의견을 외면하고, 대북 ‘무시전략’을 고집하기에는 정치적 무리수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결국 북핵해결 미완의 정권될 가능성 커져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번 2‧13 베이징 합의의 궁극적 목표가 북핵 폐기가 아닌 ‘불능화(disablement)’에 뒀다는 분석이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능화는 이미 보유한 핵무기는 포기하되 더 이상 핵프로그램을 가동치 못하게 해 제3국으로의 확산을 막는다는 것.

즉, 부시 행정부 임기 중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판단하고, ‘폐기’가 아닌 ‘불능화’에,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관측은 2·13 합의문 자체가 북한의 모든 핵과 프로그램을 폐기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때문에 대다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라크 정책 실패로 벼랑끝에 내몰린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 보다는 작은 성과에 급급하며 쉽게 북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채찍을 버리고 당근만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그동안 북한이 숱한 약속과 합의문에 도장을 찍고도 뒤로는 핵을 개발해온 기본적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13 합의에 따라 초기단계 조치 시한인 60일이 지나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60일 이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약속을 어긴다고 해서 대화국면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이면 미국은 대선국면으로 돌입한다. 여기서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강경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렵다.

부시 행정부는 향후 북한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협상을 계속한다고 해도 임기 내 핵폐기를 완료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의 북한의 협상전략은 미국이 세운 2008년 북핵폐기 시한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북한의 태도 여부를 떠나 부시 행정부는 북핵 해결을 미완의 과제로 남길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러한 배경에는 김정일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얼마든지 남아 있지만, 부시 행정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본질적인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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