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중단 두 달..남북 움직임 주목

13일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지 두 달이 지나고 정부가 대북 수해복구 돕기에 나선 지 한 달이 됐지만 당국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면서 정부 움직임이 주목된다.

장관급회담 이후 현재까지 남북 당국 사이에 오간 대화 제의는 없었다. 다만 대한적십자사(한적)가 8월14일 북한 수해 복구를 돕기 위해 `준(準)당국’ 접촉에 해당하는 남북 적십자 접촉을 제의한 정도다.

더욱이 합의했던 만남까지도 무산될 상황에 처해 있다. 남북은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3차 회의를 놓고 당국 간에 입장교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경협위와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상대방이 있기에 우리 의지만 갖고 되는 게 아닌 만큼 상황에 대한 여러 판단 속에서 대처하겠다”며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들은 9월 중 경협위 개최도 흐지부지되는 것은 물론, 뚜렷한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당분간 우리 정부가 대화를 먼저 제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낳게 만들고 있다.

지난 해 남북관계 복원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비밀 서신’ 수신인이던 북한의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달 사망, 카운터파트가 약해진 것도 정부로선 답답한 대목인 것처럼 보인다.

북측도 요지부동이다. 8월 30일 수송작업이 시작된 우리측의 수해복구 지원에 수 차례 사의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기는 했지만 대화를 향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외견상으로만 보면 지난 19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에 대한 쌀 차관 50만t 제공 논의를 유보하겠다는 우리측 입장에 대해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이 등을 돌린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

이에 비춰 북측으로서는 한적을 통해 쌀 10만t을 무상으로 받았지만 본격적인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받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대화 재개를 둘러싼 북측의 결단이 미뤄지는 배경에 대해서는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긴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가 쌀 차관을 유보한 것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정세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에 따르면 정부가 미사일 문제 해결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하겠다며 사실상 남북관계를 6자회담에 연동시킨 점을 북한도 감안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연결시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는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남북 차관급회담에 이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진 작년의 흐름과는 역순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에는 6자회담 재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거나 복귀 선언이 나온 다음에야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동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의 양자접촉 제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일.중.한 3국을 방문한 직후부터 대북 대화와 제재가 함께 굴러가기 보다는 제재 일변도의 흐름이 가속화할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복잡한 상황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14일 한미 정상회담과 가능성이 열려있는 북중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작년 6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남북회담 및 6자회담의 장기 경색 국면을 돌파하는 단초가 되면서 정동영 대통령 특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6.17 면담으로 이어져 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를 잡았다.

올해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미사일 발사, 유엔 대북 결의안,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 의혹 등이 뒤엉키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긍정적 전기가 될지 그 반대가 될지 불투명하지만 상황 개선을 위한 상징적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거는 기대가 오히려 더 커 보인다. 북중 지도자가 올 들어 두번째 만난다는 것 자체가 양측이 서로에 대한 필요를 버리지 않고 실리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측이 만난다면 유엔의 대북 결의안 이후 냉랭해진 북중관계를 녹이고 한반도에 대화의 새 바람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 양대 이벤트가 모두 긍정적인 결론을 낼 경우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6자회담에 청신호를 보내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여건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북중 정상회담도 불발에 그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제적으로 제재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지고 이에 따른 북한의 강한 반발과 행동이 뒤따르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추가 악화를 막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엄청난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남북 대화의 필요성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와 김 위원장의 방중 여부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