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없이도 대북 옥수수 지원’ 배경은

정부가 실무접촉 등의 전제조건 없이 옥수수 5만t을 북한에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주변 정세와 국내 여론 등을 두루 감안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우리는 북측이 원하는 인수 장소와 시기.방법 등 실무적인 사항을 알려주면 옥수수 5만t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라며 “5월에는 옥수수 지원을 위한 접촉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번에는 옥수수 인도 일시.장소.방법에 대해 북이 알려오면 접촉이 없더라도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정부가 옥수수 5만t 제공과 관련한 접촉에 대한 북측 입장을 지난 주 재차 문의했다가 북측 실무자로부터 `안 받겠다’는 명시적인 답변을 들은 뒤 새롭게 공표된 것이다.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던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직접 지원 가능성을 한번 더 타진한 모양새다.

사실 5월 옥수수 지원과 관련한 접촉을 제안할 당시만 해도 정부는 식량지원을 매개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약 1개월 반 사이에 `대화유무와 관계없이 주소만 알려주면 배달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재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요청이 있어야 검토한다’던 최초 입장에서 또 한번 유연성을 보인 배경에는 소규모 식량지원을 매개로 남북 당국간 대화를 복원하긴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북핵 신고에 따른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한국만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인식도 정부의 새 입장 정리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최근 방북, 식량지원을 약속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북핵 신고와 냉각탑 폭파 등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가시적 진전 속에 식량 3만8천t을 선적한 미국 선박이 지난 29일 북한에 도착한 사실 등이 간접적으로 정부를 재촉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북한의 인도적 문제 해결에 뒷짐을 지고 있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향후 확대될 가능성도 정부로선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심은 북한이 이 같은 정부의 수정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다.

남측 당국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현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원을 받는 것이야 마다할 이유가 없으리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이번 수정 제안 또한 거부할 가능성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옥수수 지원 문제에 대한 북측의 지난주 반응이 `접촉에 응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옥수수를 받지 않겠다’였다는 점과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 기조가 거부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하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지난 20일 한 강연에서 “간접적으로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북한은 남쪽 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전면 바꾸고, 6.15선언과 10.4선언을 전면 이행하겠다고 최고지도자가 천명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정상화도, 식량문제에 관해 남과 거래하는 일도 없다고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홍 차관은 그러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은 `상생과 공영’이며 생산, 실용, 행복, 통일(통일의 기반)이 `4대 키워드’라고 소개한 뒤 “생산과 실용이라는 새로운 접근법과 행복, 통일이라는 과거 접근법이 같이 있다”고 소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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