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쌀 북주민에게 직접 지원방안 찾아야

북한 식량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내부의 식량사정을 꾸준히 살펴 온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의 법륜 스님은 미국을 방문 중인 8일 “함흥의 한 진료소에서는 1월 내진 환자 180명 가운데 100명이 영양실조 환자였다”며 현지의 심각한 사정을 전했다. 


영양실조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져 질병에 쉽게 걸리고 가벼운 질병에도 위중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의료 수준이 낙후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법륜 스님의 우려에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수년간 북한 식량사정을 모니터해온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비료 성수기 수출관세를 두 배로 올려 올해 북한 농작물 작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4월 춘궁기에 식량난은 더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예년에 비해 특히 어려워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북한이 전 세계에 1천t도 좋다, 1만t이면 더 좋다고 하고 (식량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은 재고량에 대한 미래 예측을 하고 대비하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데일리NK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황해도 해주 시내의 경우 하루 세끼를 모두 먹는 사람이 80%(이중 주식이 쌀밥인 경우가 50%, 강냉이밥이 30%, 국수는 20% 정도), 두 끼 먹는 사람은 15%, 한 끼 먹는 사람은 5%정도 된다. 한 끼를 먹는 사람들은 주로 죽을 먹는다고 한다. 하루 세 끼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인구가 20%에 달한다.


북한이 지역에 따라, 도시와 농촌에 따라 식량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보다 심각한 지역도 다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1990년대 중반의 대아사 위기 수준은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주민의 야윈 얼굴을 상기해보면서 마음 한 켠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 들어 북한이 해외 공관들에게 주재국 정부를 상대로 식량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의도가 빈곤층의 식량 부족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데는 회의적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예전과 비슷한 데도 전 세계적으로 식량을 구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는 내년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자 문제와 큰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두고 남북관계, 북한의 태도 변화 등 여러 조건이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굶는 사람의 허기를 채우는 데는 정치적 명분을 지나치게 앞세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국제기구를 통해서 해도 될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굶는 주민들에게 식량이 원조돼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 정부의 대북식량지원이 전용됐다는 의혹은 지원물자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서는 이미 입증된 내용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탈북자들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한 2010년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간부들과 양정사업소가 빼돌린다고 답했다. 군(軍)이 항구·역에서 빼돌린다는 응답도 33%였다. 한 응답자는 북한식량난 원인에 대해 “군이나 군수공업에 들어가는 3분의 1만 주민들에게 돌린다면 이렇게 살기가 퍽퍽하진 않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묻지마식으로 매년 40만톤 이상을 지원한 결과 얻은 것은 북한 당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도덕적 타락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북한의 대북지원 요구를 수락한다면 김정일의 강성대국 건설 구호에 들러리만 서게되는 꼴이 된다.  


대북지원 단체의 식량 지원 요구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북한 식량 지원의 왜곡을 알고도 모르는 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단 지원된 식량이 굶고 있는 주민들에게 배급돼 그들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되는 일이 우선이다. 이러한 원칙을 포기하면 명분도 지원 효과도 얻을 수 없다.


우리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 타협과 지원문제를 연계시키지 말고 대한민국의 지원쌀이 정확하게 주민들에게 전달돼 그들이 남측에 충분히 고마움을 갖고, 민족애를 느끼도록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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