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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한국사회에서 최대 정치적 과제는 국민통합이고, 국민통합의 최소공약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시대정신이 20일 주최한 ‘선진국가 건설을 위한 보수와 진보의 공생모델은 있는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안병직 (사)시대정신 이사장은 “한국사회의 정치혼란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시대정신으로서의 국민통합’이란 주제발표에 나선 안 이사장은 현재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에 대해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을 과거의 반공주의와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수구꼴통세력으로 보고,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을 종북주의 및 사회주의로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이 참여정부 이래의 정치적 혼란은 진보정권이던 보수정권이던 순조로운 국정수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극단적인 이념대립 해소’를 주문했다.
안 이사장은 이어 “세계사적으로 시민사회의 정치경제체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내용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밖에 없다”며 “우리들의 이념적인 선택지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로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격렬한 이념 대립 보다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면 ‘선진화’의 필수 조건으로 ‘국민통합’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주섭일 (주)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코리아 명예회장은 “유럽에서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이념적 갈등이 너무 깊고 격렬해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며 “보수의 극단적 반공주의와 진보의 친북주의가 진보와 보수의 공존, 정책경쟁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주 회장은 “20세기 마지막 헌장이라 불리는 파리선언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였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이미 결판이 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사회의 성립과 입헌민주주의’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실을 설명했다.
강 교수는 “헌법이야말로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근대 국민국가의 강령이며, 선언이며, 규범”이라며 “대한민국이라는 입헌 민주주의 국가가 성립된 지 60년이 지났는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국민이라는 개념보다 민족주의가 강세인 형국”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정치에는 보수와 진보의 ‘타협적 공존의 영역’과 ‘갈등의 영역’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갈등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갈등하고 있다면, 그것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실례로 “사회복지 부분에서 보수가 더 과감해버리면 진보는 긴장하게 된다”며 “진보진영도 아마 (지난 대통령) 선거에 지고 나서는 성장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와 진보가 정책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상대방의 고유 콘텐츠에 대해서도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치이념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발제에 나선 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는 “최근 정치공방에서 새로운 점은 종전과 달리 (보수와 진보 양측이) 서로에게 적극적인 이념정체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 양측은 각자) 이념정체성에 따라 정치행위를 개척해나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을 각각 진보우파와 보수우파, 진보좌파와 보수좌파로 구분하며 “진보우파와 보수좌파가 늘어나면서 현 정치상황의 악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념으로서의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주제 발표에 나선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당부했다.
주 대표가 밝힌 사회민주주의는 ▲공산주의와 다르다 ▲정치철학은 민주주의다 ▲경제철학은 실용주의다 ▲대한민국을 긍정한다 ▲한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등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그는 “이념적 갈등은 ‘얼마나 격렬한가’ 보다 ‘얼마나 생산적이냐’가 더 중요하다”며 “사회민주주의가 좌파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은 결국 좌파의 업그레이드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