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없어져야 탈북자가 안 온다?

어제 통일부는 이른바 ‘탈북자 수용정책 개선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요새 우리사회에는 ‘개선’이나 ‘개혁’이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는 바, 이번 ‘개선안’이 실은 ‘개악(改惡)안’이라는 것은 그것을 작성한 정책실무자도 알고 있을 터이다.

2002년 3월 중국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탈북자 25명이 진입하면서 ‘기획입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나 여기서 ‘기획’이라는 표현에는 큰 어폐가 있다. 그럼 기획되지 않은 입국이라도 있단 말인가. 본인이 기획을 하든, 함께 기획을 하든, 남이 이끌어 주든 하여간 기획되지 않은 입국이란 없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

정부와 일부 언론은 ‘기획입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치 한국에 가려는 의지가 희박한 탈북자들에게 NGO나 브로커들이 여러 가지 유혹을 불어넣어 일부러 데려오고 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목숨까지 걸어야 할 그러한 행위를 감행할 만한 그 ‘유혹’이 무엇이기에 기획입국이 끊이지 않는지에 대한 진지한 진단은 없는 것 같다.

정부는 이번 ‘개악안’에서 탈북자들의 정착금을 축소하면서, 마치 거액의(?) 정착금이 탈북자들의 입국행렬의 원인인양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고작 2~3천 만원에, 그러한 행위를 하다 체포되어 북한으로 송환되면 어떻게 되는지 뻔한데도 목숨을 건 도박을 할 사람이 있겠는가. 또한 중국 내 현지 상황을 보면 NGO나 브로커가 탈북자들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들이 더욱 애타게 NGO와 브로커들을 찾는 형편이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억지로 공급을 줄인다고 수요는 줄지 않으며, 오히려 시장가격을 올려놓고 편법과 불법을 성행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갈망하는 이유는 중국 내에서 그들의 처지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이며, 북한이 돌아갈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북자들의 한국행렬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이나 제3국에 그들이 자유롭게 안착하도록 하던가, 북한을 민주화하고 개혁 개방하여 살만한 땅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한 핏줄을 나눈 형제들이 살고 있는 ‘제2의 조국’ 대한민국으로 가려 한다.

차라리 통일부를 해체하라

이번에 정부는 엉뚱하게도 정착금이나 입국브로커가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대한민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탈북자들은 아무리 정착금이 줄고 입국브로커를 단속한다 해도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어느 탈북자의 표현을 빌자면 “비행기 꼬리에 매달려서라도” 한국에 가려 갖은 힘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의 사고방식대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대한민국이 없어져야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오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 정부가 바라는 것은 과연 이러한 것 인가.

한국으로 오는 탈북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에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10.7%가 중국 및 북한에서 범죄 경력이 있다”라고 했다. 도대체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그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지만,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무슨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완전한 평균인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는 그런 사람 2천만 명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고작 6천 여명의 탈북자도 감내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과연 무슨 염치로 말끝마다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차라리 통일부를 해체하고 현 정부는 통일의지가 없음을 천명하라. 오히려 그게 낫지 않겠나.

곽대중 논설위원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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