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근 간부를 꿈꾸고 대학에 진학한 제대군인들이 중퇴하고 장삿길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한 농업대학에 입학한 제대군인 중 절반은 학교를 퇴학하고(그만두고) 지금 돈벌이를 하고 있다”며 “그 중 써비차(사람이나 물건을 날라주는 차량)를 이용해 달리기장사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제대군인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향후 간부가 될 때 유리하다는 판단에 추천받아 오지만 학교 다니는 기간에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면서 “또한 형편도 안 되고 당장 돈이 없으니 생업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대군인 중에 대학 진학을 꾀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간부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즉 군 제대나 입당(入黨)이라는 조건을 충족한 제대군인들이 마지막 요건인 대학졸업을 채우기 위한 행보다.
다만 자신의 가정형편이나 출신 성분을 고려해 대학 진학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않았었다.
이에 소식통은 “우리(북한) 백성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시간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실제 생활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즉, 간부가 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고향 이외의 타 지역으로 직장이 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도 대학 중퇴자가 늘어나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제대군인들은 무리(집단)배치를 받아 타 지역으로 직장을 배정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학을 지망해서 (대학에) 가게 되는 경우에는 자기고장으로 갈 수 있어 대학을 잠깐 다니다 말겠다는 심산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달 21일 북한 당국이 함경북도 온성군 4.25 담배농장(현지에서 창평농장으로 부름)에 제대군인을 무리(집단으로) 배치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북한, 외화벌이 사업장에 제대군인 집단 배치해 증산 꾀한다)
대북제재로 석탄 등 광물 수출이 막히자 다른 외화벌이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집단배치하려는 북한 당국의 모습을 지켜본 제대군인들이 이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향후에 간부로 활동하는 게 별로 이득이 될 게 없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소식통은 “제대를 앞두고 지방대학 시험을 보고 돌아온 한 군인은 시장에서 돈을 버는 선배 제대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면서 “간부가 되기도 힘들고, 되더라도 뒷돈(뇌물)을 받지 못하면 살기 힘들어 질 수 있다는 판단에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