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북한학과’ 사라진다

“‘북한학과’라는 학과명도 변화와 혁신 쪽에는 걸맞지 않는 분위기여서 이보다 좋은 학과명이 있는지, 북한 외에도 폭넓은 교양을 심어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상한가를 쳤던 여러 대학 북한학과 교수들은 요즈음 학과가 잘 운영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 같은 고민을 내비친다.

관동대가 2005학년도를 끝으로 북한학과를 폐지한 데 이어 동국대도 올해 5월 재학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북한학과 정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감축했다.

동국대가 국내 대학가운데 처음으로 1994학년도 입시 때 북한학과 첫 신입생을 뽑은 이후 관동대(1996), 명지대(1997), 고려대(1997), 조선대(1998), 선문대(1998) 등 총 6개 대학이 북한학과를 설치, 운영해 왔다.

그러나 조선대는 북한학과를 설치한 해인 1998학년도에 신입생 36명을 받았다가 ‘졸업 후 취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이듬해 폐지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남북으로 분단돼 있는 강원도의 관동대도 북한학과 설치 11년째인 2006학년도부터 북한학과를 없애고 신입생을 뽑지 않고 있다.

관동대 관계자는 “입학정원 미달 현상이 이어져 어쩔 수 없이 북한학과를 폐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98학년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북한학과 신입생을 뽑았던 선문대도 2008학년도부터 학과명을 동북아학과로 바꿀 계획이어서 올해를 끝으로 북한학과가 사실상 폐지된다.

폭넓은 교양을 쌓아야 할 대학에서 학문의 폭이 제한돼 있는 북한학을 가르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 때문이라고 대학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08학년도에 북한학과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고려대와 동국대, 명지대 3곳만 남게 된다.

북한학과의 입학 경쟁률은 10대 1, 편입 경쟁률은 15대 1 정도로, 다른 학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북한학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이 반영된 수치라고만 할 수는 없다.

명지대 북한학과의 이지수 교수는 학과 경쟁률이 높은 데 대해 “북한학에 대한 관심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수험생들이 지방대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적성을 따지지 않고 원서를 내는 경향이 있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학 전공자들은 대학에서 남북문제와 분단사, 북한언어론, 북한 정치 및 행정, 사회생활 등을 배운 뒤 통일부나 대북 연구단체 등에 취업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취업 때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학과 출신자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 점이 북한학과의 입지를 좁힌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이 2004년 대학 학과전망을 조사해 출간한 `2005 미래의 직업세계’에 따르면 북한학과 재학생들의 20%만 `학과 전망이 좋다’고 응답했을 뿐 40%는 `보통이다’, 나머지 40%는 `나쁘다’고 답했다. `2007 미래의 직업세계’에서는 북한학과가 별도로 다뤄지지도 않았다.

북한학과가 있는 대학측은 이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이나 취업분야 공개를 꺼리지만, KRIVET의 2004년 실태조사 결과로 볼 때 이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분야는 생산관리, 보험사무, 비정부기구(NGO) 등 으로 다른 학과와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교수는 “전체 이수학점 중 전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예전 50-60%에서 현재 30-40%로 낮아졌고, 각 학과 졸업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상에 비춰 취업분야와 특정 전공을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반면 북한학을 취급하는 대학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은 1990년 3월 북한.통일정책학과를 설치한 이후 20년 가깝게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고, 경남대도 산하 기관인 극동문제연구소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1997년 북한대학원을 설립, 운영하다 최근 북한대학원대학교로 분리시켰다.

이화여대 대학원도 북한학협동과정을 운영하며 작년 8월 첫 북한학 박사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학계 일부에서는 대학에서 폭넓은 교양을 쌓은 뒤에도 북한학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학과를 동북아학과로 개편하는 선문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학은 교양의 폭이 너무 좁다. 북한학은 대학원 과정에서 해야 할 학문으로, 폭넓은 교양 함양이라는 학부 과정에 걸맞게 북한학과를 동북아학과로 개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윤환(32)씨도 “대북 투자기업이나 정부기관, 국내외 NGO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할 수 있는 북한.통일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보다 대학원 차원의 체계적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학과가 부정적인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북한 자체의 어두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학과명을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대학 차원의 북한학 교육도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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