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50명 ‘인권위 대북입장’ 요구

▲ 25일 열린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국가인권위 규탄대회’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우 속에서도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함성이 서울 하늘 아래 울려 퍼졌다.

<한민족 인권수호 대학생 위원회>(이하 한대위) 소속 서울 지역 대학생 150여 명은 25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국가위원회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나타내는 그림 피켓을 들고 ‘북한인권 외면하는 국가인권위 각성하라’, ‘선군정치 철회하고 북한민주화 달성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시간 반 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한대위의 김영조(고려대 법학과 3) 공동대표는 24일 언론을 통해 미리 배포한 성명서를 낭독하고 “그 어느 정권보다 폭압적인 김정일 정권의 만행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이냐며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한대위 소속 학생들은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자작곡에 맞춰 율동 공연을 펼쳤고, 풍물공연 등을 통해 집회 열기를 달궜다.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탈북자 강제 북송과 공개 총살, 한국 정부의 퍼주기 식 대북정책을 비난한 퍼포먼스.

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모습.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자들을 코에 두레를 꿰어가지고 끌고 가는 장면. 탈북자들을 꿇어앉히고 공개 총살을 자행하는 김정일과 인민 군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구타 당하는 북한 주민들과 김정일에게 돈과 전기, 식량을 건지며 화해를 청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재연했다.

김정일 정권과 한국 정부, 북한 주민들의 심판 받을 것

퍼포먼스는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와 국가인권위, 북한 주민들을 학대하며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김정일과 그 하수인들을 북한 주민들과 양심있는 세계인의 힘으로 무찌른다는 결말로 지켜보는 사람들의 갈채를 받았다.

집회를 통해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열기를 높인 참가자들은 시민들을 직접 만나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리는 가두선전을 벌였다.

그 사이 김영조 공동대표를 비롯한 대표단 10여명은 국가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에 올라가 성명서를 제출했다.

북한인권연구 담당관 서보혁씨는 성명서를 낭독하려는 학생들에게 “내가 왜 너희 낭독을 듣고 있어야 하느냐”며 “다 읽고 갖다 주라”는 말로 학생들이 귀찮은 듯 자리를 피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파란색 풍선을 터뜨리며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의지를 하나로 모았다.

집회에 참가한 이화여대 정혜리(경제학과 3)씨는 “선배를 통해 북한 인권실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알고 나서도 침묵한다면 대학생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북한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국내외적으로 여론화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인 한대위는 서울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20여개 대학 200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 이 날 규탄대회에 참석한 150명의 대학생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북한인권의 개선과 국가인권위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를 높였다.

▲ 강제북송 당하는 탈북자들의 코뚜레를 뚫고 있는 인민군 퍼포먼스

▲ 강제북송당한 탈북자들이 김정일의 손가락 하나로 공개 총살 당하고 있다.

▲ 죽은 시체를 발로 툭툭 차 생사를 확인하는 모습까지 생생히 표현한 퍼포먼스 장면

▲ 김정일에게 돈과 전기, 식량을 건네 주는 한국정부와 북한 주민들을 학대하고 핵개발을 자행하고 있는 김정일의 모습을 표현한 퍼포먼스

▲ 한대위 공동대표들이 국가인권위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김영조 공동대표와의 일문 일답

– 어떤 계기로 한대위를 결성하게 됐나?

우연한 기회에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이 싹트게 됐다. 누구든지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기만 한다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서울 지역 여러 학교 학생들이 온라인, 오프라인 상으로 자유롭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한대위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지금까지 1주 1회 내부 스터디 모임을 통해 모임을 지속해왔었고, 대외활동은 이번 집회가 처음이다. 집회는 국가인권위가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모순적 행동을 보이며 북한인권에 외면하는 모습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나 이라크 파병 문제에도 민감하게 대처하는 인권위가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특히 최근 북한 인권실태 보고서를 제출받고서도 이를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행동에 나서게 됐다.

– 향후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은 국가인권위나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지를 지켜보겠다. 뚜렷한 태도 변화가 없을 시에는 인권위 해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북한인권실태를 국내외에 알리는 것이다. 정부는 민족공조라는 이상한 논리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
국민들에게 북한인권상황의 심각성을 알려낼 것이다. 또한 북한에 실질적 인권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정치범 수용소가 해체되고 탈북자가 보호받을 수 있을 때까지 활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