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나서 탈북고아 멘토 역할 했으면”

▲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윤주용 대표 ⓒ데일리NK

대학 캠퍼스 하면 으레 좌파 학생 운동권들이 주도하는 급진적 이념들과 주의 주장만이 난무할 것 같지만, 언제부터인지 ‘북한인권’을 크게 외치는 대학생 단체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대학사회에서 북한인권운동을 앞장서 주도해온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학생연대)’가 있다. 탈북 고아 문제를 주요 이슈로 내건 ‘2008 북한인권국민캠페인’이 22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막한 가운데, 행사 일정중 하나인 대학생국제회의(26일)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연대 윤주용 대표를 신촌에서 만났다.

북한인권운동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학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윤 대표는 “대학생의 60%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알고 있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몰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가진 못했다”며 “탈북고아 문제는 대학생들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아직까지 많은 인원의 탈북고아가 한국에 입국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을 위해 대학생 자원봉사활동과 연계된다면 적극적인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우선 이번 대회를 통해 “북한의 암울한 현실이 탈북고아라는 2세, 3세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심각한 문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 3국 땅에서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고아들의 사연을 인터넷과 대학에 선전하면 이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모금활동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입국 이후에도 이들에게 필요한 학습지도 등에서 대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을 묻는 질문에 윤 대표는 “과거 북한에 대해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선배 대학생들이 친북 또는 반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였다면, 지금 대학사회는 합리적인 사고가 주류라고 볼 수 있다”며 “북한문제 또한 이러한 사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 아직까지 대학생들의 80%가 북한인권 문제가 김정일 독재체제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는 못했다”며 앞으로 더욱 분발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미국, 일본, 북한 출신 탈북대학생, 남한의 대학생이 국제회의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공유해 왔지만, 앞으로 유럽 국가와 아시아의 여러 국가 대학생들과 함께 대학생의 시각에서 모의UN대회를 진행해 볼 생각”이라며 “북한문제와 더불어 미얀마 등 3세계의 인권문제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는 2005년 서울북한인권대학생국제대회를 계기로 대학사회에서 북한인권 목소리를 계속해 키워 왔고, 그동안 북한인권 대학생 모의국회, 북한인권대학생페스티벌, 대학릴레이포럼 등을 통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다음은 윤주용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이번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 행사의 의미는?

“지난 2005년 대학생국제대회가 국내 대학생들이 모여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알아가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국제회의는 국내 북한인권 대학생의 연대를 확대하고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2005년 이후 국내 대학에서 만들어진 7대 대학 소모임과 동아리들의 활동을 평가해 보고, 미국 대학생, 탈북자 출신 대학생, 일본 대학생 등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4개국 대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 북한인권국민캠페인이 탈북자 중 가장 어려운 환경에 놓인 탈북고아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북에서 식량난 시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된 탈북자 박충식 학생이 참여해 증언해 주는 시간을 갖고, 대학생이 탈북고아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국제적 대학생 연대활동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회적 회의 또는 만남 수준을 넘어선 젊은 대학생다운 활동이 필요한 시기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각 국을 대표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북한인권을 주제로 모의유엔 행사나 페스티벌 행사 등 보다 활기 띤 모습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이다.

현재 4개국 수준에서 유럽 국가 대학생, 다른 아시아 국가의 대학생들이 보여 가장 극심한 북한인권문제와 함께 미얀마인권 등 3세계 국가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학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주요 담론은 아닌 듯싶다.

“10~15년 전 그러니깐 90년대 초중반 대학 선배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차단되어 북한사회에 대한 막연한 환상 또는 무조건적인 반대가 절대적인 시기였다고 본다. 이와 비교해 지금 대학사회는 합리적인 사고가 주류라고 볼 수 있고, 북한문제 또한 이러한 사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추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대학생들에게 의식조사를 해봤을 때 북한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서는 언론방송매체와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10명 중 6명가량인 60%정도가 ‘알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북한의 인권문제가 어디서 기인하고, 왜 이런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80%가 ‘모르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그만큼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북한’이란 문제에 대한 소홀하다고 할 수 있고, 구체적인 노력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더욱 북한인권을 위한 대학생의 적극적인 역할 중요할 텐데

“2005년도에 이어 이번 2008년 북한인권국제회의도 북한문제를 거론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동안 꾸준히 대학에서 진행해 왔던 ‘북한인권 대학생모의국회’, ‘북한인권 대학생페스티벌’, ‘북한인권 대학릴레이포럼’ 등 대학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활동들이 더욱 중요성이 컸고 효과적이었다.

그동안 활동을 통해 북한인권문제를 전혀 몰랐던 대학생들, 특히 새내기를 포함한 저학번 대학생에게 북한사회의 진실과 본질, 또 우리의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150여명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대학생들이 참여하지만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대학사회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대학사회에 탈북고아문제가 ‘새로운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대학생들에게 북한인권 문제라고 하면 북한 내에서의 인권 유린,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의 신변보장이 되지 못하는 탈북자 문제, 자국민인 국군포로와 납치자문제 등에 대해 알고 있지만, ‘탈북고아’문제는 아직까지 대학사회에서는 생소한 문제다.

탈북고아 문제가 북한의 암울한 현실이 2세와 3세에게 까지 대물림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안다면 대학생의 보편화된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제3국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구출하는 모금활동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평소 대학생들이 방임가정이나 편부, 편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학습지도 등을 통해 그들을 돕고 있는 것처럼 탈북고아의 사정을 안다면 학습지도 등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고아 문제에 대한 아픔을 같이 할 수 있고, 아직은 가능하지 않지만, 관심이 커지면 중국에 체류하면서 생존권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등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그들에 대한 봉사활동으로 구체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