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북한을 찬양하는 선전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한 항공사 기장, 변호사 등 70여 명이 경찰에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적발된 ‘북한 찬양자’들에는 초병 모집을 담당하는 병무청 8급 공무원, 공군 현역 장교, 변호사, 의사, 철도청 과장과 대형 건설사 직원 등 소위 우리 사회에서 선망 받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성세대 중 일부가 세계 최빈국이자 인권탄압국인 북한을 동경하는 행태는 젊은 세대들에게 매우 낯설다. 그러나 만약 대기업 중역인 아버지가 어느날 알고보니 종북사이트 운영자였다면? 다소 충격적인 질문과 함께 대학생들에게 인터넷 종북활동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넷 종북활동에 대한 경찰 수사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북한 추종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라면서도 일부는 ‘표현의 자유’ 또는 ‘우리 사회 병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하대에 재학중인 김명호(26) 씨는 “북한의 실상을 겪지 않고 사상만을 찬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북한을 낙원이라 생각한다면 북한으로 가야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들이 북한에 가지 않는 것은 북한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율배반적인 자세라고 비판했다.
선문대 이선영(4년) 씨는 “종북활동 뉴스가 뜨고 주위 사람들이 북한이 외치는 말들을 자신들의 SNS에 옮겨 전달할 때면 가슴이 뜨금하다”면서 “또 당했구나. 우린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종북주의자들의 사고를 마비시킨 북한의 정보활동이 우리사회 곳곳에 물들어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큰 염려가 된다”면서 “북한 정보를 더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가치국를 알리는 교육이 더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건국대 재학 중인 백민경(2년) 씨는 정보통신 발달의 부작용으로 해석했다. 백 씨는 “정보통신의 발달은 정보의 유통을 자유롭게 했지만 검증절차가 간소화 된 SNS를 통해 허위정보와 여론왜곡 역시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백 씨는 “국민들의 북에 대한 맹목적 찬양을 방지하고 우리의 민주주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종북세력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검열 및 선별이 필요하다”며 SNS에 대한 일종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 종북활동에 의문을 나타내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다. 연세대 김형주(4년) 씨는 “지금도 독일에는 나치추종자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염민규(2년) 씨는 “북한을 찬양하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 됐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체제를 추구하는 것은 현 체제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해도 자본주의의 폐해 등의 문제가 많이 있다”며 한국사회가 원인 제공자라는 입장을 취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종북활동 수사 기사에 댓글을 단 ‘쌔*’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은 소수의 지도자 나부랭이들이 불쌍한 양민들을 등쳐먹으며 살고 있을 뿐이다. 북한 찬양자들은 인권이 통하지 않는 배고픈 북한에서 하루도 못살 것”이라고 말했다.
‘asenn*****’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해도 대한민국의 주적을 찬양하고 동조할 자유는 없다”면서 “김정일 정권을 옹호하고 돕는 무리들은 대한민국의 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찬양자’들을 오히려 두둔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lges***’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김정일을 찬양한다고 우리나라가 김정일 독재국가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예수를 찬양하든 김정일을 찬양하든 개인의 자유다”라며 정부가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