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北인권 외면 ‘국회’에 도전장 내다

▲ 국회의원이 된 대학생들이 ‘북한인권법’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NK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률안은 북한체제의 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접근하는 법안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29일 오후 아직은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서강대 다산관 지하 1층 강의실에서 카랑카랑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의실 안에서는 8명의 대학생들이 마주보고 앉아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오는 4월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2회 북한인권 대학생 모의국회’의 최종 리허설 현장. 가끔 대사를 잊거나 실수가 나올 때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마지막 연습이라 그런지 다들 진지한 모습으로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모의국회에서는 ‘북한인권 개선 법률안’ 상정을 위한 13차 상임위원회라는 가상 무대를 통해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한 한국사회 내 쟁점과 논란을 조명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재기 발랄한 구성과 함께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인 국회의원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였다.

현재 18대 국회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법안을 종합해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이 계류되어 있긴 하지만 여타 쟁점 법안들에 밀려 사장될 위기에 놓여있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이성현(인민대 중국문학.24) 씨는 휴학 중에 잠시 한국에 들어와 이번 모의국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 씨는 “솔직히 지금은 남북관계도 좋지 않다 보니 남과 북은 남남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대학생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사회 분위기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모의국회 중 공개처형 장면을 재현하는 상황극 팀에 속해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무작정 관심만 있었지만 직접 이렇게 참여하다 보니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행위들이 피부로 와 닿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 북한인권실태를 설명하는 상황극. 공개처형에 앞서 수인을 취조하는 북한 보위원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데일리NK

참가 학생들에게 모의국회를 준비하며 느낀 점을 묻자 이전까지는 대략적으로 알고만 있던 북한인권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는 소감이 많았다.

이향지(중앙대.21) 씨는 “이번 모의국회에 참가하며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국회에서도 언론관계법 등 다른 현안에 많이 묻혀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한다는 이 양은 “평소에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과목을 수강하려고 했는데, 다들 미국이나 일본 등에만 관심이 높아서 결국 폐강되고 말았다”며 “북한 문제도 중요한 사안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서강대 정외과.22) 씨도 “모의국회를 준비하며 관련 기사도 많이 접하게 됐는데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북한 내에 심각한 인권침해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극 내용 중에 국회의원을 풍자하는 부분도 있는데 대학생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며 “최근에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보내는 따끔한 일침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차게 얘기했다.

현재 일본에서 유학 중이라는 김지연(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23) 씨는 “대학에서 인권을 전공하고 있는데 논문 주제를 아프간, 이스라엘의 인권문제로 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캐나다 교수님께서 멀리 있는 나라들에만 관심을 갖고 왜 가까이에 있는 북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느냐는 얘기를 해주시더라”며 참가 동기를 설명했다.

김 씨는 “일본에서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일수도 있지만 핵문제나 후계문제가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며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선 얼마나 보도되는 지 모르겠지만 북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다면 자연스럽게 관심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유일하게 이번 모의국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은아(한국외대 중국어과. 21) 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지금은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정(한국외대 영어통번역과.23) 씨는 “북한 인권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시기와 때를 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국회인권포럼(책임 연구위원 김동성 의원)과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대표 윤주용)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번 모의국회는 ‘북한인권기록소 설치’, ‘탈북자 인권보호’, ‘대북지원’ 등 북한인권과 관련한 세가지 쟁점 사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차원의 논의 과정과 본회의 상정, 통과까지의 과정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게 된다.

문동욱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홍보팀장은 “북한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우리사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남갈등의 비효율성을 대학생의 목소리로 비판하기 위해 이런 주제의 모의국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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