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대학가에서 연일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행동이 결국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처럼 ‘보수 정권’의 국정개혁 의지를 꺾어놓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학생회는 20일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고, 민주당의 수사 의뢰를 축소하도록 외압을 가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근거해 지난 대선이 농락당했다는 주장이 골자다.
정치권은 이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문제를 국회에서 조사하기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21일에도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 실시를 재차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번 국정원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파상적인 대여 정치공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같이 특정세력의 ‘대선결과 불복종’ 의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에서 “광우병 촛불항쟁을 종북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으로 매도했다”며 당시 시위의 정당성을 고집하고 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도 야권 후보를 직접 거론한 글은 3, 4건에 불과하다. 대선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때문에 이번 시국선언이 과학적 실체와 괴리된 정치적으로 국민 공포를 자극한 광우병 시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국민감정 상 보수정권에 대한 불복종적 감성을 자극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자 처벌과 국정원의 엄정한 정치적 중립에 필요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성급한 시국선언은 정치적 이용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도 20일 페이스북에 “반드시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라며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것이 아니고 학내 여론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고, 총학생회 차원에서도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역시 “우리나라 대학가는 특정사건이 터졌을 때만 행동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건에 덮여버린다”라며 “이번 시국선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