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동2호 시험발사 실패 의미는 무엇?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데일리NK

김정일이 드디어 미사일을 쏘았다.

그동안 함경북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기지의 발사대에 3단계 로켓을 세워놓고 두 달 가까이 뜸을 드리던 김정일의 북한은 5일 새벽 세계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니고 여섯 발이다. 어떤 보도는 여섯 발이 아니라 열 발이라는 기사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시험발사의 결과는 꽝이었다. 여섯 발이 됐건, 열 발이 됐건, 그 가운데서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장거리 대륙간 탄도탄인 대포동-2호였다. 나머지는 단거리인 스커드, 중거리인 노동으로 이미 개발이 끝나 실전배치가 되었을뿐 아니라 북한군의 주요 외화수입원이 되어 있는 인기 수출품목이다.

그런데 이번 시험발사의 3번 타자로 핵심이었던 대포동-2호는 실패했다. 발사 후 40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하고 파편 조각들이 되어서 동해 바다로 떨어진 것이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1998년 대포동-1호를 시험발사 했으나 그때도 시험발사는 실패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북한은 철면피한 사기꾼 집단이었다. 그들은 실패한 시험발사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때 시험발사한 것이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둘러대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켜 지금까지고 대기권 밖에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의 첨단과학 시대에 대기권 밖 인공위성의 우주궤도는 지상의 고속도로나 마찬가지다. 그때 북한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지금도 궤도를 돌고 있다면 인류가 가지고 있는 첨단 장비들이 이를 포착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북한은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의 ‘인공위성’이 지금도 궤도를 돌고 있다는 철면피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흥미를 자아내는 일은 이번에 실패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김정일의 북한이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이다. 과연 그들이 이번에는 실패한 시험발사를 실패라고 시인할 것인가의 여부다. 이번에도 문제의 시험발사에 실패한 대포동-2호를 인공위성이라고 우기면서 이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할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北 미사일 시험발사, 공갈 협박용”

그런데 문제는 김정일의 북한이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시험발사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를 쓰고 전세계가, 심지어는 중국마저도, 반대해 마지않는 문제의 대포동-2호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북한은 최근 마치 북한이 완성된 실전용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을 사정거리에 두는 실전용 장거리 대륙간 탄도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만 하면 워싱턴과 뉴욕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데 여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특정한 장거리 유도탄이 실전용으로 인증되기 위해서는 20회 이상의 성공적인 발사실험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1998년의 대포동-1호 시험발사 실패에 이어 이번에는 대포동-2호 시험발사에 실패한 북한에게 원자탄으로 뉴욕이나 워싱턴을 공격할 능력이 원천적으로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번 대포동-2호 미사일은 적어도 미국을 가상적(假想敵)으로 하는 상황 하에서는 실제로 군사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결국, 그동안 북한이 이와 유사한 짓을 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의 경우에도 미사일 발사의 목적은 ‘흥정’을 목적으로 북한판 ‘공갈 외교’ 행각을 재연한 것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을 ‘겁주어서’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놓게 강요하기 위한 ‘협박ㆍ공갈’인 것이다. 즉, ‘겁먹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지금 필사적으로 원하는 것을 내놓게 하겠다는 얄팍한 수작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 결사적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최근 북한의 행적으로 보면 이 의문에 대한 정답은 간단해 보인다. 작년 9월15일 이후 미국이 전세계 은행들을 대상으로 취하고 있는 북한 계좌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행태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해 준다.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한 북한의 고통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美, 원칙적 대응할 것”

그러나, 과거 특히 남한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몰라도 이번에는 북한의 그 같은 서툰 수작이 통하지 않게 되어 있다.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정서는 “총구(銃口)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박과 공갈에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포동-2호 시험발사에 성공했더라도 미국은 문제의 대북 금융제재를 취소할 가능성이 전무했었다. 미국의 대꾸는 “일단 무조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북한은 “염불보다 잿밥”이었다. 6자회담이 아니라 은행에 동결되어 있는 김정일의 비자금 해제가 급선무였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문제의 대포동-2호 시험발사는 실패였다. 설혹 북한이 1998년처럼 이번의 시험발사가 성공이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나와도 대세에는 아무런 변동이 있을 수 없다. 그러한 북한의 사기(詐欺)에 일시라도 현혹될 사람은 폐쇄사회에서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일 뿐 바깥 세계의 어느 누구도 그 같은 김정일의 거짓말에 넘어갈 리가 없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양보를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지금 北은 절박한 상황

여기서 우리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북한에서도 일말의 상식과 합리주의가 통한다면 북한의 정권 담당자들도 이번 대포동-2호의 시험발사가 실패할 확률도 없지 않고 실패할 경우에는 그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안겨지리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김정일의 북한에게는 그 같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릅쓰고 문제의 시험발사를 강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과 사정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제사회는 북한의 실패한 대포동-2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응징에 착수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미 발 빠르게 대북 경제제재에 착수하고 있다.

북한의 처지가 이번에 특히 어려워지는 것은 중국의 입장이 미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지 않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데 많은 애를 썼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에게 견딜 수 없는 창피를 준 결과가 되었다. 어쩌면 이제야말로 북한은 아무 소리 못하고 6자회담 속개에 호응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의 눈길은 노무현 정권의 향배에 쏠리게 되었다. 노 정권은 지난 번 금강산에서 있었던 김영남 일가의 상봉 후에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실사구시(實事求是)’와 ‘미래지향’을 운운하면서 계속 김정일의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얄팍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이 정권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렇지 않아도 지난 5.31 지방선거 이후 14%대로 국민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이 정권, 그리고 지지도가 12%로 떨어진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 심화되고 누적되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친북ㆍ좌파 정권이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을 더욱 확실하게 봉쇄할 것임에 틀림없다. 노무현 정권의 대응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