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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3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내정자가 NSC 상임위원장까지 겸직하게 되자 야당과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북한만을 바라보는)향북(向北) 이종석 씨의 통일부장관 임명은 한미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사실상 국가 안보체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임명 취소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국가적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한나라당 측 통외통위 간사 전여옥 의원은 “이종석 차장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노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관계의 끝장을 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미국을 향해 삐딱한 잣대를 들이대고 줄긋기를 일삼아온 이 내정자가 NSC 상임위원장에 임명되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외교안보정책이 남북관계의 틀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동의했다. 이 내정자 스스로 현재의 한미 동맹관계가 안정돼 있다고 파악하기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실마리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다.
“한미관계 교착상태 계속 될 것”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국익을 위해서는 남북문제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한데도 남북관계 연장선에서 바라볼 경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내정자가 북한 전문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일방적 포용주의자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북한을 포용한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핵보유 선언 등 빈번한 범죄행위에도 압박은 커녕 오히려 두둔하기 일쑤였다.
미국과의 갈등설도 끊이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반발, 작계 5029 추진 중단, 동북아 균형자론, 북핵 해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 내정자는 이런 상태를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위한 합리적 실용외교라고 설명한다.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오전 한 강연회에서 “한미 협력은 핵문제 해결과 북한의 고립탈피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데 (이 내정자가)동의할 것”이라며 한미 대북공조의 필요성을 완곡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 3년만에 막후 조정역할에서 외교안보정책 책임자로 부상했다. 외교부와 국방부의 견제장치도 사실상 제거됐다. 지난 3년간 국가 주요 현안을 다뤄온 자신감에다 대통령 신임까지 보태져 사실상 이 내정자의 독무대가 열린 셈이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6자회담이 공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현 (자주)기조가 유지되면 한국이 돌파구를 만들어가기 힘들다”면서 “한미 관계는 교착 상태가 계속돼 현실을 버텨나가는 데 힘을 쓰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