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단 1700리 걷는 동안 정부와 정치권 뭘했나

남측에서는 구출운동이 한창이지만 ‘통영의 딸’ 신숙자 여사와 그녀의 두 딸 오혜원, 규원 양은 올해도 북녘 땅에서 차가운 겨울을 맞고 있다. 남쪽에서 구출운동이 확산되자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는 정치범수용소에서 나와 평양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문이 조금 위안이 될 뿐이다. 


통영의 딸 구출운동은 올 초 통영시민들이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전국민 서명운동이 시작됐고, 통영의 딸 문제를 유엔에 청원하기 위한 백만엽서 청원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언론들도 이들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통영의 딸 구출을 위해 서명운동부터 전국일주까지 하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에 책임을 갖고 나서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별 반응이 없다. 고작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수준이다. 


애초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전담기구를 두겠다고 이야기 했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정부와 외교부 및 통일부, 국회가 해야 할 활동과 역할을 조목조목 권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진행됐다는 소식은 없다. 총리실 산하에 전담기구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통일부나 대한적십자사는 이와 관련 대북 접촉을 추진할 계획도 없어 보인다. 국회는 결의안 채택은 커녕 인권위 권고사항 조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보다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이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한국을 방문해 유엔 기구를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사여부와 송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보고관은 통영의 딸 신숙자 여사의 남편인 오길남 박사를 만나 사건의 경위와 현황을 자세히 듣고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 의회는 오길남 박사를 초청해 증언을 청취했다.   
         
통영의 딸 구출을 위한 1700리 국토대장정 순례단(단장 최홍재)이 도보 21일째 서울에 당도한다. 9일 서울시민대행진을 비롯해 다음날에는 국민대행진이 펼쳐진다. 대장정 순례단은 지난 11월 19일 경남 통영을 출발해 하루 100리를 걸었다.


그들이 거쳐간 도시마다 통영의 딸 구출을 위한 노란 손수건이 매달렸고 지역 주민들이 대장정단을 찾아 통영의 딸 구출 결의를 다졌다. 말 그대로 전국을 돌며 통영의 딸 구출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이렇게 나서고 있는 마당에 정부와 정치권의 굼뜬 행동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는 약속대로 총리실 산하 전담기구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 대한적십자사는 북측 적십자에 신숙자 모녀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통지문을 즉시 보내야 한다. 국회는 신숙자 모녀 송환을 위한 결의안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 


차가운 겨울을 뚫고 국민의 마음을 모아 서울에 도착한 1,700리 국토대장정 단원들과 함께, 야외에서 숙영하며 통영의 딸 구출운동의 필요성이라도 절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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