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시위 올인한 김정은 內治에 주력할 것”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최전방 군부대를 방문해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던 김정은이 최근에는 다소 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3월 31일)와 ‘경제통’인 박봉주를 총리로 임명한 최고인민회의(1일) 이후 내치(內治)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지난달 11일께 군부대 시찰 이후 40여 일 만인 29일 세계청소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리수연 선수와 감독 등을 격려했다. 이어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만경대상체육경기대회도 관람했다. 앞서 28일에 김정은은 인민복 차림의 당군 간부들과 철판구이집, 원형커피점 등을 갖춰진 ‘해당화관’을 방문했다.


일단 김정은은 4개월간 지속된 군사 훈련에 대한 주민들의 피로감과 전시에 준하는 체제 운영 장기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내부결속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모든 주민과 군인들이 영농준비를 해야 하는 체제 특성상 대외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시장에서의 상행위를 전투훈련 기간 통제했고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되는 훈련에 강한 불만을 보였다. 훈련 도중 이탈하거나 아예 불참하는 주민들도 속출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됨에도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하지 않은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대내외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대내외에 자신의 리더십을 한껏 과시한 김정은은 영농준비 철이 다가오자 내부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군인과 주민들을 일상으로 복귀시켰다.


때문에 김정은의 최근 완화된 행보를 대화에 나오려는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영농준비가 끝나고 체제 결속을 다진 이후 언제든지 도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은 핵실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북한의 대내외 선전매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핵보유국의 자신감으로 경제 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는 취지의 글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30일자 노동신문 ‘거세차게 타오르는 결사관철의 불길’이라는 글에서도 김정은은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당의 노선 관철에 힘차게 떨쳐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앞당겨야 한다고 독려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5일 ‘새로운 병진노선 따라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조국이 핵보유국이 된 오늘 우리에게는 강위력한 전쟁억제력에 기초하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 자금과 노력을 총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정은은 일반 주민들이 소속돼 있는 근로단체 등의 전원회의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지난 28일 진행된 조선직업총동맹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과업에 대해 토의했다. 만 7세에서 13세 어린이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소년단 대회도 오는 6월 초 7년 만에 개최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이 지난 기간 대내외 긴장 고조를 위한 시위에 매진한 만큼 앞으로는 내부 결속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과 직총 전원회의를 진행했고 향후 조선민주여성동맹과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전원회의도 개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이 체육선수들을 격려하고 해당화관 등을 방문한 것은 향후 인민생활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대내외 메시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매체들의 경제 관련 글들이 늘어 북한 당국이 인민생활 개선과 경제 발전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읽혀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대내외 정책 결정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질까? 경험이 없는 김정으로선 관련 주요 간부들을 소집해 놓고 대내외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월 27일 북한이 공개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꾼)협의회’ 사진을 통해 김정은의 의사결정 과정을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정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대내외 정책을 결정한다는 북한 당국의 프로파간다(선전)의 일환이지만 김정은이 주요 간부들의 의견을 종합해 대내·대미·대남 정책 등을 결정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이후 조성된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김정은이 이같이 주요 간부들을 불러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3개월의 안보위기에선 군 핵심 간부인 최룡해 총정치국장, 현영철 총참모장,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말을 김정은이 경청하고 대외 정책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안보 위기 상황에선 군의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다”면서 “대내외 위기를 고조시켜야 하는 김정은의 입장에서 관련 군부의 의견에 따라 대외정책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 훈련 장기화에 따른 주민 불만이 커지고 영농준비 철이 다가오자 군부가 아닌 북한 체제 관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당 및 내각 주요 간부들의 의견이 대내 정책에 주요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현 정세에서 이들이 정책 결정과정에 주되게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현재 대내외 정책과 관련 당과 군 핵심 엘리트 간의 이견이 존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전문가는 “지난 4월까지는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군이 주도하다가 최근에는 당이 주도하고 있다. 김정은 결정이 중요하겠지만 당과 군이 이견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80% 이상이다”면서 “김정은은 현재 당과 군의 의견을 듣고 있으나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인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관측했다.


이어 “일단 김정은은 그의 핵심 보좌 역할을 하는 장성택, 김경희, 최룡해 말을 듣고 현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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