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한반도정세 급변’ 돌풍 부나

2.13 베이징(北京) 6자회담 합의를 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격하게 해빙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남북 문제 및 미북 관계가 12월 대선의 주요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열린 남북장관급회담, 지난 5, 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회의, 지난 10일 남북적십자사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 재개 합의, 지난주 이해찬 (李海瓚) 전 총리의 북한 방문, 13일로 예정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북 등 6자회담 합의 이후 한달 동안의 변화는 그 내용과 속도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는 8월께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정상회담 성사시 대선정국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수행했던 열린우리당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은 북미회담 등 6자회담 워킹그룹 성과를 봐가면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북측에) 전달했고 북측도 상당한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주변환경이 무르익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나아가 현재 진행중인 북미간 회담이 종전협정 체결과 양국 수교로까지 이어질 경우 남북정상회담 보다 훨씬 근본적인 한반도 정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17대 대선에서 보혁 대결이 재현된다고 가정하면 남북.북미 관계의 급진전과 그에 대한 각 정치세력의 대응과 공약은 서로 정체성이 같은 집단은 물론 그 경계선에 서있는 세력들을 끌어안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국내의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적으로 조성해냈다기 보다는 국제정세의 변화라는 큰 틀의 외생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권이 이에 맞춰 스스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즉 이라크전에서 실패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이뤄내야 할 필요성과 베이징을 국제정치의 중심무대로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도,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북한의 목표가 결합돼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범여권은 “53년 정전협정 체제를 청산하고 평화정착의 큰 걸음을 내딛는 역사적 사건을 대선 등 국내정치적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짐짓 거리를 두면서도 북미 및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질 경우 대선구도의 열세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범여권으로서는 한반도 상황의 진전을 계기로 참여정부 집권 이후 대북송금 특검, 남북관계 경색, 북한 핵실험 충격 등으로 흩어져있던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평화개혁세력’이라는 큰 우산 아래 하나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는 동시에 한나라당 내부의 정책적 혼란이 가져올 ‘반사이익’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이다.

우리당 전략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53년 체제를 극복하는 민족사적 사안을 국내정치와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굳이 정치적 의미를 담아서 말하자면 남북 평화주의와 대결주의 사이의 노선 경쟁에서 평화주의가 승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모임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화해협력이 진전되고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국민은 ‘평화가 곧 경제’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평화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즉흥적이고 말초적으로 대응해온 냉전세력과의 대비로 연결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우리당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북미관계 정상화로 한반도 정세에 근본적 변화가 오면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에서 극심한 내부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안 돼있어서 쉽게 입장을 정리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정세 변화로 인해 지리멸렬하던 범여권 지지층이 재결집함으로써 지금까지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왔던 대선구도가 일변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한나라당내에서는 자칫 북미.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가 한나라당에 덧칠된 ‘냉전수구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대북정책 노선을 유연한 방향으로 선회할 것을 ‘강제’당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신축적인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집권목표 전략과 당의 정체성 혼란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놓고 고민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전략통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면 대선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여권에 대단한 호재이며, 여권도 경색된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북관계 변수밖에 없다고 보고 여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미국이 바뀌고 있고 동북아 정세가 변하고 있는데 한나라당만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의 대북정책을 좀더 유연하게 수정해야 할 필요가 절대적으로 있다”고 강조했다.

당 기획위원장을 지낸 김재원(金在原) 의원도 “북미, 북일관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서 한나라당이 포위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대선국면에서 북한과 여권의 포위작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너무 한나라당 입장에서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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