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포용정책 포기 논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대북 포용정책의 재검토를 시사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처한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놨다.

특히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대북정책 수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조가 우세한 가운데 재검토 불가피론이 대두되는 등 엇갈린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내부 조율이 주목된다.

포용정책에 비판적이었던 한나라당은 그 연장선에서 즉각 폐기를 재촉한 반면, 민주당은 참여정부의 햇볕정책 관리실패론을, 민주노동당은 급격한 정책노선의 전환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우선 우리당에서는 북한 핵실험 사태라는 중대한 ‘사정변경’에 따라 대북정책의 일정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급작스런 정책적 변화는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전면적 재검토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여당의 이 같은 미묘한 기류는 사태의 진전 여부에 따라 여권 내의 균열양상으로 번져나갈 소지가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단순히 정책적 방향선회라는 차원을 넘어 당 정체성과 직결된 대북.통일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일단 우리당 내에서는 대북 포용정책에 일정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섣부른 정책적 변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분위기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무모한 도발이고 엄중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제까지 견지해온 대북 포용정책을 무조건 폄하해선 안된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도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국제적 의견조율과 유엔의 제재결의안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사태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며 “다만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을 급격히 중단했을 때는 경제적 제재를 주는 효과보다 오히려 안보에 대한 불안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 정책위의장은 이어 “안보불안이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가 있는 경협사업의 경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급격한 대북 경협사업 철수가 안보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킬 소지가 있는데다, 현단계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할 경우 우리 정부가 또다시 ‘구경꾼’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북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를 완전히 단절하는 수준의 정책적 변화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국제사회와의 공동보조 하에 대북 강경제재를 취하는 쪽으로 확실한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중도성향의 ‘희망21포럼’을 이끌고 있는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의 최대변수가 돌출된 만큼 남북관계의 제반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까지 포용정책을 지속하자고 하는 것은 국제공조에 균열을 야기하면서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핵실험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공조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대북사업의 철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우리도 거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소야당 중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여당내 주류와 같이 급격한 정책노선의 변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정책 노선을 변화시키는 게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은 대북 포용정책과 북핵을 연결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구(舊) 여권인 민주당은 속내가 다소 복잡해보인다. 현시점에서 대북포용정책의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자칫 모체인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이 실패된 것으로 인식되는 측면을 우려하는 표정이 읽혀진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현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잘못 계승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상열(李相烈)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제대로 승계 발전했다면 이런 상황에 왔겠느냐”며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국민의 정부하고 차별화하겠다는 그런 전략으로 햇볕정책을 포기하다시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면 불가피하게 중단해야 할게 대북사업”이라며 “미국은 현금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 당장 중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로서는 미적대지 말고 단호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식을 보이고 있다며 보다 분명히 대북 포용정책의 즉각적인 포기를 선언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명백하고 남북관계에 본질적 변화가 왔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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