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포괄적 패키지’와 ‘비핵.개방 3000’

북한이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과 미국 등이 제공할 ‘포괄적 패키지’가 북핵 외교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핵.개방 3000’ 구상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방한 중이던 19일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정치적.경제적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일종의 `빅딜’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패키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포괄적 패키지간에 모종의 접점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핵.개방 3000′ 무엇인가 = ‘비핵.개방 3000’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 사회로 나오면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3천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구상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비핵.개방 3000’의 구체적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비핵.개방 3000’ 구체적 이행계획을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완료 ▲북한의 핵 폐기 이행 ▲북한의 핵 폐기 완료 등 3단계로 구분했다.

정부는 먼저 1단계에서는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에 착수하고 남북경협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이것이 검증을 통해 확인되면 즉시 비핵.개방 3000구상 가동 준비에 돌입,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 등을 설치해 이 구상의 구체화를 위한 사전협의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북핵 불능화 조치 이후 북한의 기존 핵무기와 핵물질의 폐기 이행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2단계로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향상 등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어 3단계에서는 5대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시키고 400억 달러의 국제협력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금으로 북한에 5개의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연 생산 300만달러 규모의 수출기업 100개를 육성한다. 국제사회는 또 북한에 철도, 도로, 통신망을 건설하고, 30만명의 산업인력을 훈련하는 것을 지원하고 산림녹화사업도 실시한다.

이같은 ‘비핵.개방 3000’ 구상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 대북정책 가운데 하나지만 북측이 ‘흡수통일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반발하는데다 지난 5월에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까지 이루어져 현재는 사실상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포괄적 패키지 구상에 반영될까 = 포괄적 패키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대가를 한데 묶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관계 구상으로 마련된 ‘비핵.개방 3000’이 대부분 경제적 대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포괄적 패키지의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핵.개방 3000에 담긴 북한경제 회생방안이 상당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살라미 전법'(흥정대상을 여러조각으로 나눠 야금야금 실속을 챙기는 전법)을 통해 끊임없이 재협상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데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일괄타결하자는 게 이번 포괄적 패키지”라고 해석하고 “핵을 포기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면에서 비핵.개방 3000과 기본 철학은 같다”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둘 사이에 유사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비핵.개방 3000에는 ‘개방’까지 포함돼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는 결국 포괄적 패키지보다 더 나간 것인데, 비핵.개방 3000의 내용을 잘 추슬러서 포괄적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을 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 비핵화’라는 비핵.개방 3000의 기본 취지는 살리면서도 북한의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400억달러 규모의 대(對)북한 원조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보도와 관련, “400억달러 기금 조성은 포괄적 패키지와는 관련 없다”며 “(포괄적 패키지) 내용은 아직 마련된 게 없고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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