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따른 북미관계의 개선 움직임과 달리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통일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의화 의원도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로 미북관계는 좋아졌지만 남북관계는 오히려 경색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고, 문학진 민주당 의원도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로 우리만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이후 ‘남북관계 전면차단’ 등의 비난 공세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우리의 대북 자세가 자신들이 볼 때 과하다고 생각해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해석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어떤 때는 대통령이, 어떤 때는 장관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견이 다르다”며 “이명박 정부의 남북정책의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 것 같다. 정부와 여당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의원도 “우리나라도 지나친 원리주의, 대결주의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아무리 위협하더라도 좀 더 유연하게 제안해 나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철저한 원칙에 따라 북한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을 (야당에서) 지적하는데 오히려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오히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6자회담 틀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직접대화로 진전을 이루길 바란다던가, 핵무기 개발 이유를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라고 하는게 부적절한 발언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들이 일방적 말을 하니까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직 대통령들이 북한을 좀 꾸짖을 수 없는지, 왜 대한민국에 대해서만 비판하는지, 우리 국민이 무참히 살해된 것은 말씀도 못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황진하 의원도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며 원칙과 기본이 없이 따라가는 것은 남북대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대북정책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전달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비핵·개방3000‘이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너무 고주알미주알 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에 대해 여러 비난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원칙을 견지하면서 방법은 유연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