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중파방송, 확성기보다 효과 수십배 클 것”



▲26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민통일방송 주최로 ‘제1회 통일방송 컨퍼런스 – 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이 열렸다. / 사진=김가영 데일리NK 인턴기자

최근 남북 고위급접촉 타결을 통해 대북확성기의 효과가 확인된 가운데, 남북 간 정보 격차와 문화적 이질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북 민간방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특히 정부가 민간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방송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원 을지 법무법인 변호사는 26일 사단법인 국민통일방송이 주최한 ‘제1회 통일방송 컨퍼런스-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에 발제자로 나서 “북한 주민을 주된 청취 대상으로 한 방송을 설립하고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방송법이 개정돼야 한다”면서 “대북방송 활성화는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가장 실효적인 통일 준비이자 헌법적인 명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현행 방송법에는 헌법상의 과제인 통일 문제가 근본 가치로 포함돼 있지 않아 그동안 통일 준비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애써온 이들의 노력마저 무시돼 왔다”면서 “최근 들어서야 일부 정치인들이 중심이 돼 북한인권 개선과 통일을 지향하는 방송을 제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 선상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분단 국가였던 독일이 통일을 이루고 빠르게 동서통합을 이룬 데는 통일 전부터 진행된 동서독 간의 방송교류의 영향이 컸다”면서 “방송법 개정은 헌법상 우리나라 국민인 북한 주민들의 방송 청취권을 보장하고 외부 소식을 전해 남북 간 정보 격차를 줄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하겠다고 밝힌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북방송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계기를 튼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면서 “이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각계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명준 서강대학교 언론학부 교수도 한국의 정보와 대중문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의존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남북한 주민들이 공식적으로 교류하기 전까지는 대북방송이라는 우회적인 차원에서 정보와 문화 교류를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민들부터 고위층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 동기는 대북방송을 북한 내부로 유입시키는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 외에도 북한 주민들의 문화적·경제적·사회적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남과 북은 여전히 정치, 군사, 외교, 경제적으로 대치 상황에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점진적으로 통합되고 있다”면서 “대북방송으로 외부 소식을 유입시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꾀한다면 그간 정보 통제와 장악으로 유지됐던 북한 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현무 국민통일방송 부대표는 북한에서 대북방송을 청취했던 탈북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대북방송을 듣고 나면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남한을 인정하고 동경하게 된다”면서 “제 아무리 북한 매체가 주민들에게 체제 선전을 위한 소식만 전한다고 해도 외부 소식이 유입되면 북한 주민들도 진실에 눈을 뜨게 된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북한에서 대북방송을 들었다는 탈북자들에게 방송 청취 이유를 물으면 주로 본인들이 속한 체제에 대한 진실이나 날씨, 환율, 심지어 세계 경제동향을 알고 싶어 들었다고 한다”면서 “특히 젊은 층은 김 씨 일가에 대한 칭송이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나 애환을 그대로 담은 남한 노래를 듣고 싶어 대북방송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3국 송신소를 이용해 단파 방송을 송출하는 민간 대북방송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언급하면서 “대북방송의 효과를 높이려면 단기적으로는 단파 주파수를 많이 확보해 출력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북한과 인접한 곳에서 강력한 출력으로 중파방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로 대북확성기의 효과가 확인됐는데, 음질이 훌륭한 중파로 대북 방송을 하면 대북 확성기의 수십 배에 달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대북방송은 북한 체제 변화의 확실한 동인(動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미국의 국무부와 국립민주주의기금(NED) 등의 지원만으로는 전파 송출비, 인건비, 프로그램 제작비용 등을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면서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양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제작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밖에 이화행 동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독일 통일에서의 미디어 역할’로 발제를, 손태규 단국대 커뮤니케이션 교수가 컨퍼런스 사회를 맡았으며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前 통일부 차관), 박범진 미래정치연구소 이사장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