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평양 방문이 5일 성사되는 등 북한이 대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이 같은 행보는 대북 제재 완화를 꾀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김정은 체제에 타격을 미치는 등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안 2356호·2371호·2375호를 비롯해 2397호까지 4개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해 북중 무역의 주요 품목인 광물 수출이 대부분 차단됐고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면서 북한의 외화 수입원도 끊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원유 수입 규모도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거시적으로 볼 때 대북 제재 효과가 없을 수는 없다”며 “지난 2017년 8-9월경부터 북한의 대중 수출 등 여러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볼 때 산업 부문에서는 작년 말부터 제재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광업 부문에서 무연탄 수출이 전년 대비 66% 감소하는 등 무역이 큰 폭 감소했다”며 “광업과 관련된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산업 지표로 보면 수출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전년대비 감소한 현상을 보이긴 하나 일부 부문에서는 생산이 증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대북 제재 효과가 현재 북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대북 제재의 효과가 무역 부문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제재 효과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대외 무역 부문에 가장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 감소로 북한의 대중 수출이 약 37% 감소했다”며 “수출 감소로 경제 성장률을 따졌을 때 작년 북한 경제 성장률이 -1.8%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고 전보다 더 효과를 발휘한다면 올해 북한의 경제 성장률이 -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 북한 경제 구조상 무역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교수는 북한에서 대북 제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으로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꼽았다. 그는 “1차적으로는 무역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타격을 받겠지만 북한에서 무역 회사는 당이나 군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북한의 권력층이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무역이 김정은의 큰 수입원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 효과가 김정은에 가장 큰 임팩트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2017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의 대외무역이나 산업 분야를 살펴봤을 때 관련 지표들이 전년 대비 전체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시장이나 인민 경제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진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석기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의 쌀 가격이나 환율을 보면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대북 제재에도 이 같은 요인들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데일리NK 취재 결과 지난해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은 4000원에서 5000원대 사이로 대체적으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주민들이 자력갱생으로 단련돼 활발한 시장 활동을 하고 있고 또 밀수가 계속 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대북제재가 시장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북 제재로 무역량은 줄었지만 주민 소비 물품에 대한 물량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이근영 중국 연변대학교 정치와공공관리학원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국산품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북한 장마당에서 중국 물건이 국산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에서 물건이 적게 들어와도 장마당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대북제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 시장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김병연 교수는 “시장에서의 대북제재 효과가 언제 나타날 것이냐 하는 것은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시장에서의 공급은 수입에서 나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무역이 줄면 시장 거래량이 줄 것이고 시장 구매력도 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