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북 제재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한류(韓流) 사랑은 여전할까? 최근 들어 한국 물품에 대한 세관 검열과 시장 단속이 강화됐지만, 노트텔(EVD플레이어)을 중심으로 한국 영상을 시청하려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사사(私事)여행(친척방문)으로 중국에 나온 평안북도의 한 주민은 19일 ‘당(黨) 대회가 다가오는데 한국 연속극 시청이 가능한가’라는 데일리NK의 질문에 “당 대회는 당 대회이고, 한국영화 시청은 (이제는 하나의) 문화생활”이라면서 “통제할수록 더 보고 싶은 것이 인간 본능”이라고 전했다.
이 주민은 이어 “지금은 큰 행사(당 대회) 준비기간이라 (당국에서) 불순물 시청을 단속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단속에 이미 적응한 주민들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이동하며 영상을 볼 수 있는 손전화(핸드폰) 사용자가 많았지만, 법기관의 표적이 되면서 지금은 노트텔을 많이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만 한국 영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농촌에서도 한국 영상 시청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차이점이 있다면 도시 돈주(신흥부유층)들은 비싼 메모리를 사용하는 반면 살림살이가 빠듯한 농촌 주민들은 눅은(싼) 알판(CD)을 통해 시청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노트텔 판매와 사용은 북한 당국의 통제항목이 아니다. 2014년 말 북한은 돌연 노트텔 채널을 고정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한 “노트텔 채널 고정하고 사용하라” 방침)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 노트텔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이 주민은 “노트텔은 태양열판을 이용해 TV 드라마도, 한국영화도 볼 수 있어 유용한 가정 재산으로 취급된다”면서 “현재는 노트텔이 한국영화를 확산하고 있는 수단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노트텔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들도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심각한 전력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주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중국제 오토바이 배터리까지 대량 수입되어 종합시장 매대에서 90~100위안(元, 북한돈 11만 7000~13만 원)에 판매된다”면서 “주민들은 이것만 있으면 전기가 없어도 노트텔로 한국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합시장 전자제품 매대에는 노트텔을 비롯한 메모리(USB), 배터리 등도 모두 갖춰져 있어 돈만 있으면 누구든 살 수 있다”면서 “메모리의 경우 한국 제품은 비싸기도 하고 통제품이어서 사용하기 시끄럽지만, 중국 메모리는 50위안(북한돈 6만 5000원)에 싸게 살 수 있어 조금 더 인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북한에서 유통되는 노트텔은 노트북과 크기가 비슷한 것부터 6인치짜리에 이르는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종합시장에서 판매되는 노트텔 가격은 400~600위안(북한돈 52만~78만 원) 정도로, 크기와 가격에 따라 돈주용(用)과 주민용으로 구분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