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매주 목요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3월 넷째 주 이 시간에는 설송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실태를 알아볼 텐데요. 따뜻한 봄엔 북한주민들이 어떻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기자, 현재는 어떤 장사가 인기인가요?
기자 : 북한 주민들의 사경제는 봄철만이 아니라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활성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계절적으로 특징을 보이는 장사는 있거든요. ‘일 년 농사 한 계절에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봄철이 시작되면 이에 맞는 장사 선택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사례를 든다면, 봄철이면 주민들의 옷차림이 변화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변화에 따라 시장에서 누가 빨리 이 추세에 맞는 상품에 도입하느냐에 따라 시장 성패가 달라지는 것, 즉 봄 계절에 일 년 농사의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주민들의 사경제는 계절특성에 따라 가격과 판로방법도 달라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사경제 영역에서 봄철 신발제조업 과정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또한 개인 신발제조가 가능한 지역시장의 특징도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진행 : 계절특성에 맞게 시장을 개척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신발을 제조하는 지역이 따로 있다는 말씀인가요? 쉽게 생각하면 돈만 있으면 가능한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은 것 같아요.
기자 : 물론 자금과 공간이 있으면 신발을 비롯한 제조업이 얼마든지 가능하죠. 문제는 투자와 이윤창출 부분인거죠. 신발을 만들 때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이 우선 문제인데요. 함경북도와 평안남도는 석탄 가격이 차이가 날뿐 아니라 열량도 다릅니다. 신발 고무바닥을 생산할 때 필요한 석탄은 적어도 5500칼로리(cal) 정도 보장돼야 하는데요. 고(高) 칼로리 석탄은 평안남도 탄광에서만 생산됩니다.
함경북도 돈주(신흥부유층)가 봄철 신발제조를 목적으로 자금을 투자하여 생산을 시작한다면, 석탄 연료비용이 평안남도 돈주 보다 몇 배 들어가게 되는데요. 결국 신발제품 원가 차이가 이때부터 문제가 되는 겁니다. 때문에 함경북도나 황해도 시장에서는 평안남도 시장에서 생산한 봄철신발을 도매해서 소매하게 되는 것이죠. 이에 따라 지역특성에 맞는 시장이 발전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평안남도의 경우는 신발을 비롯한 개인 제조업이 특별히 발달되었고(평안북도 신의주나 다른 지역도 물론 있지만), 널리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진행 : 지역별 개인경제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렇다면 평안남도에서 봄철을 맞아 어떤 신발을 만들고 있는가요.
기자 : 봄이 성큼 다가오는 3월부터 주민들의 옷차림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것이 신발이거든요.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서 얇은 동복은 입고 다니지만 털신이나 동화(冬靴)를 신는 사람은 없습니다. 봄철 구두나 운동화, 편리화, 휴즈(슈즈)를 구매해서 신거든요. 특히 며칠 지나면 4월 1일, 북한 개학날이 아닙니까. 개학을 앞둔 3월에는 학생신발을 생산하는 개인업자들의 돈벌이가 왕성해지는 이유입니다.
자녀들의 미래에 자기운명을 걸만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투자하기 때문에 봄철 학생 신발이 아무리 비싸게 팔려도 반드시 구매하는데요. 전국적으로 개인 신발 생산지가 평안남도라고 가정할 때 상상되시지 않은가요. 평성시, 순천시장이 북한에서 손꼽히는 신발 도매시장인데요. 도매과정으로 나오기까지 신발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하나의 기업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석탄이 대북제재 항목으로 포함돼서 많은 석탄이 국내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는데요. 수출이 왕성하게 이뤄질 때는 고 칼로리 석탄을 돈 주고도 사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탄광업체들이 외상으로 주기 때문에 신발생산 연료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셔도 과언은 아닙니다.
진행 : 민간에서 이뤄지는 이런 활발한 움직임이 커다란 기업의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지는데요. 그런데 국영신발공장에서 생산한 신발도 품질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기자 : 북한에서 이름 있는 신발공장은 김정은이 최근에 시찰한 평양구두공장, 신의주신발공장, 순천구두공장 등 양강도 혜산신발공장이 있습니다. 최근 국산화를 강조하면서 새롭고 예쁜 신발제품들이 나왔다고 매체가 선전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명절이나 우대상품 형식으로 공급되는데요. 충성분자로 평가되는 주민들, 노동자들에게 한정되죠.
또 공장신발은 개인이 만든 신발보다 품질은 좋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유행에서 많이 떨어집니다. 중학교 학생들도 이제는 유행에 떨어진 신발을 신으려고 하지 않는데요. 종합시장 신발 매대에는 중국산과 한국산 고급신발도 있는데, 가격이 비싸거든요. 중저가로 유행에 떨어지지 않고 취향에 꼭 맞는 신발을 선택하다 보니 개인이 만든 신발이 인기제품인 것인데요. 때문에 종합시장 매대에 쌓여있는 신발은 대부분 인가공 신발입니다.
진행 : 봄철신발을 전국으로 도매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또한 어떤 노동자들을 채용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한 켤레 신발을 만드는 데 몇 개의 분업시장이 있는지 짐작 되십니까. 일단 크게 잡아 볼 때 원자재, 신발갑피 재단, 신발 고무바닥 전문, 신발 끈과 눈깔 가공, 중창과 완성품 공정이 있는데요. 이 모든 분업시장 공간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살림집과 창고부지가 이용되며, 공장창고가 임대되기도 합니다.
노력 채용방식은 가족단위가 보편적인 형태이고, 학생들이나 공장노동자들을 고용하기도 하는데요. 고무바닥을 만드는 공정은 유해노동이기 때문에 월급이 두 배로 적용되며, 건강한 여성들이 채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학생들이 고용될 경우는 운동화에 끈을 꿰는 구멍이 있지 않은가요. 그것을 북한에서는 신발눈깔이라고 하거든요. 이것을 만드는 일에 고용되거든요. 얇은 윰(알루미늄)판이나 아연도판을 작은 형태로 찍어내는 일이어서 여학생들이 즐겨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공가격은 하루 쌀 한 키로(kg)인데요. 이 가격규정은 국가양정급식 기준인 성인 700그람(g)에 따라 적용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행 : 분업화된 신발 생산공정들이 합쳐져야 완제품이 나올 것 같은데,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신발을 만드는 개인 제조업은 한두 사람이 하는 게 아닙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원자재라고 할 때 전문 신의주 달리기(이곳저곳을 다니는 소매상)들이 중국 단동(丹東)을 거쳐 신발원자재를 차판(차떼기)으로 유통하거든요. 이것이 종합시장에서 도매되기보다는 신발을 만드는 업주에게 유통됩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들만의 연계망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치차(齒車)처럼 맞물린 유통조직들이 한 개 지역 안에 수 십 개가 된다고 보면 됩니다. 쉽게 말하면 봄철 신발을 만드는 개인 협동조합들이 국영공장처럼 자기 나름대로 생산계획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봄철에는 모든 원자재가 봄 구두나 운동화, 학생신발로 재단되어 최종 제조업자에게 판매됩니다. 고무바닥도 마찬가지인데요. 제조업자가 주문하는 형태에 따라 바닥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자기수익을 챙기는데요. 구두갑피와 중창도 같습니다. 이렇게 흐름식으로 연결된 신발개인업자들에 의해 생산된 신발은 생산현장에서 혹은 시장에서 도매되기도 합니다.
진행 : 지금 대북제재에 중국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신발 원자재들이 이전처럼 수입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기자 : 정확히 문제를 짚으셨습니다. 대북제재는 석탄과 광물, 외화송금이거든요. 민간경제에 필요한 수입과 수출은 항목에 없는데요. 현재 단동세관에서는 매일 수 십 대의 컨테이너가 개인 제조와 시장에 필요한 상품들을 싣고 신의주로 나가고 있습니다. 신의주로 나간 자재들은 다시 평양을 비롯한 각 도 시장으로 유통되거든요. 봄철 신발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는 대북제재 붐을 기회로 성수기를 맞았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진행 : 봄철 북한주민들의 사경제 이야기 잘 잘 들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 알려주세요.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대부분 지역들에서 곡물가격의 변동은 크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160원, 신의주 5090원, 혜산은 50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100원, 신의주 2190원, 혜산 2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28원, 신의주 8150원, 혜산은 806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90원, 신의주 1280원, 혜산 1270원으로 지난주보다 하락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500원, 신의주 12000원, 혜산 120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200원, 신의주 7180원, 혜산에서는 725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500원, 신의주 5400원, 혜산은 52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