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 견해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방지구상(PSI) 전면참여 선언에 대해 보수성향의 대북 전문가들은 불가피하거나 당연한 선택이라는 견해인 반면 진보성향 전문가들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안된다며 신중한 행보를 주문했다.

어느 경우든 PSI 전면참여 이후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데는 전망이 일치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PSI가입은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앞으로 있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우리측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중국의 암묵적 지지아래 이뤄지는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핵 실험후 가까운 시일내에 미국이 북한을 달래지는 않을 것이고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수준은 제한된 만큼 PSI 전면가입과 상관없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당분간 어렵다. PSI 가입 때문에 좋아질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은 아니다.

앞으로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한 재정비와 근본적인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화나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구도였는데 이미 북한의 일방적 도발로 남북기본합의서까지 사실상 붕괴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전략적 균형이라든지 안보의 새로운 구도를 국제사회와 같이 만들어가면서 남북관계를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중에 북한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대화에 나설 경우 수용하고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하겠지만 선의에 입각한 대북지원 방식은 앞으로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도 각오해야 한다. 우리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고 북한에서 계속 강하게 미사일, 핵실험을 하는 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응으로서 의미를 강조하면서 개성공단 철수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불가피하다.

종래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목표였지만 이제는 한반도 안정과 안보환경을 우선순위로 재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유엔에서 새 대북 결의든 기존 대북결의의 보완이든 이뤄질텐데 우리가 할수 있는 역할을 철저하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이같은 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 야당이나 일반 국민을 상대로 설득과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을 펼쳐 나가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그동안 PSI 전면가입을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시기만 조절해 왔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금이 적기로서, 북한이 원인을 제공한 데 따른 상응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PSI 전면가입후 남북간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PSI가 국제체제같은 구속력있는 기구가 아니고 구상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량살상무기의 국제적 비확산을 위한 하나의 운동으로 상징성이 강하다.

북한도 PSI 가입을 선전포고라고 간주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자기들이 핵실험으로 원인을 제공한 상황이고 그에 따른 조치니까 반발은 하되 일시적일 것이다.

PSI 운용으로 인한 남북간 무력충돌 가능성도 높지 않다. 우리가 PSI에 가입해도 작전범위가 있을 것이고 한미간 어느정도 운용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다. 가령 한미 연합체제상 우리가 북한 국적의 의심 선박을 직접 검문하기 보다 미국이 직접 나서고 한국이 뒷받침하는 형태로 갈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한반도 주변수역에서 PSI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다만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반발로 개성공단을 바로 폐쇄할지는 좀더 생각해 볼 문제다. PSI 가입은 상당기간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반발이 있더라도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이미 긴장된 이상 남북관계를 포기하고 일정 기간 국제사회와 함께 비확산 노력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마자 자동가입 했어야 했는데 하루 늦게 발표한 것도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PSI 가입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할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 요건이 갖춰지면 합리성에 의해 결정하는 ‘정책적’ 선택의 대상인데도 지금까지 정치적 수준으로 격상해 다루다 보니 결단이 그만큼 어려웠다. PSI 가입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건이 증가하면 그것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막기 위해 동참하는 문제일 뿐, 정치적 이득까지 따질 대상이 아니다. 똑똑한 결정일수록 빨리 내려야 한다.

북한도 핵실험을 했으니 반발이 덜할 것이다. 다만 PSI 가입을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군사분계선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거행될 이달말이나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다음 달 초가 될 수도 있다.

남북간 긴장이 더 고조되면 이래서 안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남북간 3차정상회담 개최도 거론될 것이다. 북한은 한미간에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해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빅딜을 하게끔 만들 속셈일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이제 뒷전으로 밀려났다. 북한이 자신들이 내건 일방적 조건에 만족 안하면 나가도 좋다고 얘기한 만큼 토지사용료와 급여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공장들이 못버티고 자진철수하는 모양새로 가져갈 것이다.

우리로서는 남북간 소규모 전투라도 벌어지면 경제 회복에 타격 입는 만큼 이같은 국면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는 남북간 대립국면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 나서 중재해 주는 것인데 미국이나 중국이 해야 할 것이고 결국 미국이 적극 나설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차 남북 정상회담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엄청난 실망 뒤 발동이 걸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엄청난 실망과 분노 뒤 다가오는 재보선과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고려, 3차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남한의 PSI 전면참여는 강(强)대 강(强)의 맞대응 전략이다.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은 물론이고 한반도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PSI 전면가입을 선전포고로 간주한 만큼 남북해운합의서를 파기하고 서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거나 무력충돌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조기 시험발사해 한반도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PSI 전면가입은 정부가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국내에 보여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한반도 위기상황의 관리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따라서 아직 공식 문서로서 PSI 정식참여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면서 신중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미국에서도 PSI가 부시 행정부 시절 일방주의 정책의 산물이라는 점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재검토가 완료된 이후 우리가 전면참여를 검토하는 것이 북한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참여의지를 국내외에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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