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정책이 北 핵무기 해체의 유일한 길이다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이 좌우에서 얻어 터지고 있다.

신대북정책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 한때 잘 나가던 정형근 의원이 보수진영에서 몰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마 다음 총선에서 정 의원은 보수 진영의 낙천 대상자 명단에 올라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형근 의원의 신대북정책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다. 그것은 정 의원을 비판하는 보수 진영도 일정 부분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3일 보수진영 지식인 200여 명이 성명을 내고 ▲핵 폐기 이행 후 평화체제 구축 ▲인권문제 제기 ▲북한 변화와 연계된 경제협력 및 지원 ▲상호주의에 입각한 지원 및 김정일을 배제한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문제에서 주요 현안을 잘 드러낸 성명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핵문제가 북한 인권문제 보다 더 앞서 있다.

북한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핵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정권 문제’라는 사실, 그리고 정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이 아니라 인권을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범보수 진영이 간과하고 있다.

대북 인권 정책, 대체세력 형성에 기여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인권이어야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북한인권 문제 강조는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본 해법이기 때문이다. 즉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인권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핵의 심각성은 북한인권 문제보다 더 클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좀 외면할 수 있어도 북한 핵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방법이다. 외교적인 협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정일이 어떻게 개발한 핵무기인데 이를 스스로 완전히 포기하겠는가? 비핵화를 달성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무력으로 포기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 스스로 자진 해체하는 것이다.

우선 무력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우선 미국은 북한이 핵 물질을 테러단체에 유출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행사할 의사가 없다. 중국도 북한에 대해 무력 사용을 감행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핵 포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한 현실적인 방법은 북한에 김정일을 대체하는 개혁개방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대체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 북한 인권이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바로 反김정일 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북 내부에서 핵반대 세력 만들어야

현재 북한은 반김정일 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연에 봉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반골 기질이 보이면 바로 자신을 포함한 3족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 버리거나 처형해 버린다. 인권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인권은 곧 내부 반대자의 목소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 내부에서도 핵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나아가 북한 내부의 반핵 세력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해서 북한 내부의 인권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에서 인권 의제는 총 5가지 의제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제의 중요도는 비핵 평화-> 경제 협력 -> 교류, 협력 -> 인도 지원 -> 인권 순으로 되어 있다. 인권 문제는 핵 문제 뿐 아니라 경협, 교류, 인도 지원보다는 덜 중요한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의 신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인권 보다도 핵을 더 중요한 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북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으로 따지자면 북 핵 문제가 인권 문제에 앞설 수 있다. 그러나 해법에 있어서는 인권을 앞세워야 핵 문제도 인권 문제도 다 풀 수 있다.

따라서 대북 협상에 있어서도 인권 문제를 의제로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령 남북 정상회담도 북한의 인권 개선에 획기적 기여를 한다면 긍정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핵 문제를 같이 풀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파의 대북 정책은 대북 협상을 모두 핵 문제의 진전과 연계시키고 있다. 핵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핵을 앞세워서 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핵 문제 자체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인권 개선 로드맵 준비해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외형적으로는 북한 핵이 촉발한 것으로 보이나 근본적으로는 김정일 1인 독재 체제와 민주, 인권, 개방의 시대적 흐름 사이의 대립에서 파생된 것이다. 핵은 김정일이 시대 착오적인 1인 전체주의 독재, 즉 폐쇄적이고 종교적이며 마피아 집단과도 같은 군사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인 북한 정권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즉 북한 국가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북한 국가 정상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는 바로 인권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인권 문제는 6자회담은 물론이고 남북 협상에서도 완전히 빠져 있다. 6자 회담은 회담 의제를 한국이 주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6자 회담에 인권 의제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남북 협상은 다르다. 남북 협상에서는 남한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를 협상 의제로 올릴 수 있다.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도 결국 협상 의제로 올라 갔다.

마찬가지로 북한 내 주민의 인권 문제도 한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협상 의제로 올릴 수 있다. 물론 인권 문제를 외교적 협상 의제로 올리는 것인 만큼 북한 인권 개선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조치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권 그리고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대북 인권 협상을 위해 북한 인권 개선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인권 특사 선임해야

북한 인권 개선 로드맵에는 북한이 내부 인권 개선을 위해 취해야 할 단계적 조치들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인권 개선 조치에 상응하여 한국 정부가 취할 인센티브 정책들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대북 인권 협상을 위해 핵 협상의 중요성이 방기되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인권 협상과 핵 협상이 별도의 트랙 (Two track) 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어느 한 협상이 다른 협상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북 인권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서 대사급의 대북 인권 특사 선임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미국, 일본 모두 대북 인권 특사가 임명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인권 특사를 임명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결론이다. 이제 보수 진영은 북한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한 정권이 사악하다는 것, 북한 핵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다.

해법은 핵이 아니라 인권에 있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한 모든 정책은 기본적으로 헛발질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