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옥수수 지원제안 의미와 전망

정부가 지난 달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 직후 북에 옥수수 5만t 지원의사를 타진한 것은 북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돕고 북미관계 진전의 흐름 속에 남북관계에도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옥수수 제공을 포함한 대북 식량지원 문제의 얽힌 실타래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옥수수 5만t 지원 제안 경위.배경 = 김하중 통일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대북식량지원 결정 직후인 약 3주전 판문점 대한적십자사 연락채널을 통해 옥수수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접촉을 하자고 북에 제의했다.

이후 정부는 북측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유선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옥수수 5만t 지원방안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해 말 북의 수해 지원 요청을 받은 정부가 국내 절차를 거쳐 결정했다가 곡물가 상승, 중국의 식량수출 쿼터제 적용 등으로 인해 공급이 미뤄졌던 사안이기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 방안을 재추진한 것은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원칙’과 북한의 식량사정 악화, 비핵화 논의의 진전에 발맞춘 미국의 대북식량지원 결정 등 주변상황 변화 속에 긴 고민을 거쳐 내놓은 카드로 풀이된다.

북이 식량지원을 요청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지원에 나섬에 따라 국내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우려가 제기됐고 ‘정부가 원칙에 묶여 북한의 인도적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미 작년에 합의했다가 집행이 미뤄진 옥수수 5만t 카드를 통해 순수한 인도적 지원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원칙과 충돌될 소지가 없지 않지만 이미 작년에 제공키로 합의했다가 미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지원 결정에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실타래 안 풀리는 대북 식량지원 = 이번 옥수수 건에서 보듯 정부는 일정한 원칙 하에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의사를 갖고 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어 식량지원 문제는 돌파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직접 지원하고 요청이 없더라도 북한 식량사정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면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 하에 정부는 옥수수 지원에 대한 북측 반응을 기다리는 한편 북측 요청에 따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1차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북이 요청을 해오기는 커녕 대남 비방 기조를 강화하는 등 정부 의 입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지원 문제의 경우 북한이 옥수수 5만t 제안에 반응을 보이면서 지원을 요청하거나 정부가 옥수수 5만t과 별개로 과거에 했던 수십만t 수준의 식량지원을 북한 요청 등 전제없이 추진할 경우에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이달 중 미국의 1차 지원분을 받게 되는 북한이 정부의 옥수수 지원 제안에 응하거나 별도의 대남 지원 요청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우리 정부로서도 이미 `선 요청.후 지원’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지적의 소지를 무릅쓰고 북한에 옥수수 지원 카드를 쓴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변화 없이 대규모 식량지원을 다시 제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식량.비료 지원은 시기가 중요한데 정부가 정책 추진에 적합한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고, 북한도 비방을 계속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이미 실기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천명한 원칙을 당분한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방법으로는 정부가 북의 반응에 관계없이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해 간접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하중 통일장관도 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부득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간접지원의 경우 남북대화가 수반되지 않기에 북한 식량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정부가 `아직 요청없이 지원에 나설만큼 북한 식량사정이 심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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