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에너지 지원 3중장치 마련

2단계 제4차 6자회담이 참가국 공동성명의 형태로 북한의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 권리를 존중하고 적당한 시점에서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함에 따라 경수로 문제가 향후 5차 회담에서도 최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수로를 언급한 공동 합의문의 내용을 곰곰이 따져보면 모호하기 그지 없다. 우선 ‘적당한 시점’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고 그렇다고 그 시점이 닥치면 경수로를 당장 제공하겠다는 의미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경수로 문제는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타결이 빨라질 수도 혹은 늦어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회담을 무산시킬 수도 있는 복잡다단한 ‘경우의 수’를 포함한 미래의 가능성으로 남겨진 셈이다.

또 향후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한이 갖게 될 선물이 새 경수로가 될지 아니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 짓다가 만 100만㎾급 경수로 2기가 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핵폐기를 선언하는 대가로 바로 북한에 경수로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북한을 제외한 5개 참가국들은 대북 에너지 지원에 대한 용의를 표명하는 성의를 표시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신포 경수로를 대체할 대북 200만㎾ 전력송전을 제안한 남한이 포함돼 있다.

아직 북한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북송전 제안은 신포 경수로의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동성명에서 장래의 권리로 언급한 경수로와 충돌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합의문에 언급된 경수로는 KEDO와 다른 차원”이라고 언급했지만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이 문제를 앞으로 관계국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혀 신포 경수로 부활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갖게 될 경수로는 현실적으로 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른 산물인 신포 경수로가 유력한 대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박사는 “우선 지형적으로 신포만큼 좋은 부지가 없고 이미 공사가 진행돼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며 신포 경수로를 유력한 대안으로 꼽았다.

특히 신포는 북한에서도 선호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85년 소련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경수로 도입을 추진했던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예정 부지로 지정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포 경수로를 폐기할 경우 95년 3월 KEDO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투입된 28억7천만달러의 공사비 정산 및 차관 상환 문제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 공사비 46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를 부담키로 했던 일본도 이미 투입된 공사비에 미련을 두고 공사 재개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논리에 입각하면 신포 경수로의 부활이 유력한 카드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한이 대북송전 제안을 재확인함에 따라 경수로 완공까지 북한의 에너지난을 덜어내고 남북관계 및 남북경협을 보다 촉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대북 에너지 지원 동참 의사를 밝힌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상징적 참여’를 전망하고 있으나 북측은 이전부터 미국이 참여하는 에너지 지원을 고집해 왔다.

그간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출범 이후 전임 클린턴 정부에서 탄생한 제네바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경수로 공사에 반대한 것은 물론 50만t 중유 제공도 중단해왔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중유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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