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압박-유인’ 양동 외교 잰걸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결의문 채택을 계기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압박과 회유’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북한을 향해 ’추가 도발때는 파국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보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부드러운 미소도 함께 보내고 있다.

이미 G8(선진 8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양동 외교’ 활동이 전개된 데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3국 순방과 곧이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회담장으로 유인하는 외교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일 중심의 압박외교 = 현지시간 15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유엔 헌장 7장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엔이 한 목소리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후속 미사일 개발에 제동을 거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가하는 압박의 강도는 상당했다.

이어 17일 G8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안보리 결의안 내용을 재확인하며 북한에 미사일 프로그램 중지와 6자회담 복귀 등을 촉구했다.

미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제재에 들어갈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한 대북 금융제재 외에 북한인권법에 따른 탈북자 수용, 자국민 및 기업에 대한 북한 선박 이용금지 등 ‘종합선물’식으로 대북 압박을 가해온 미국으로서는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대북 압박의 명분을 확실하게 챙겼다.

라이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결의 외에 “금융조치들을 통한 불법활동 저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에서는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자.부품 등을 북한과 매매하거나 북에 이전하는 외국회사와 개인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북한확산금지법안’이 안보리 결의문 채택 전인 이달 14일 제출됐다.

이미 이달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만경봉호 입항금지 및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소유의 북한 금융자산 동결 등 제재책을 내놓았던 일본도 북한에 대한 현금 송금금지 등의 추가제재 검토에 착수했다.

아울러 북한이 계속 6자회담을 보이코트한다면 차라리 5자회담이라도 열자는 움직임이 한.미 양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 북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압박 요소가 되고 있다.

◇“6자회담에 나온다면 혜택있다” = 그러나 북한에 압박의 메시지만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압박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6자회담에 나오는 길 뿐 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는 거듭 전하고 있다.

대북 유인책을 병행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 만으로는 벼랑끝에서 ‘위협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의 발길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북 강경자세를 고수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역시 17일 G8정상회의 참석 중 “문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6자회담에 복귀한다면 북한과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사일 발사와 뒤 이은 비공식 6자회담 거부 등으로 북한에 잇달아 뺨을 맞은 상황에서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전망에 대해 조심스레 낙관적”이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빨리 복귀해 회담을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17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워싱턴에서 만난 뒤 “북한을 빼고 5자회담이 열릴 경우 대북제재안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9.19 공동성명에 북한에 제공할 혜택이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제고할 것이냐를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 및 ARF회의가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라이스 장관의 순방과 ARF회의가 북한에 대한 주변국들의 일치된 목소리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문제의 외교적 해결 원칙을 분명히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24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중국, 한국을 잇달아 방문한다. 특히 ARF에는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치열하면서도 화려한 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압박과 회유’가 교차하는 외교활동은 시기적으로 다음 달초를 기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6자회담 참가국간 의견개진이 충분히 이뤄진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구체적인 조치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가 “7월말부터 8월초가 되면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던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성사되던지 복잡하게 얽힌 북한 방정식의 해법풀이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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