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 지원, 남북관계 돌파구될까

정부가 20일 대한적십자사(한적)를 통해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해 쌀 10만t과 260억원 상당의 장비 및 구호품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측이 19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우리측 지원에 사의를 표시하고 수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일단 남북관계 복원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 달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험악해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까지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악재와 호재가 뒤섞이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남북관계가 냉랭해진 이유는 북측이 우리측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했고 우리 정부는 애초 경고대로 쌀 차관 및 비료 제공을 유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달 11∼13일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은 미사일 발사 문제를 따지는 한편으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고 북측은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요구하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우리측은 당시 북측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이후 실제 발사할 경우 쌀 차관 제공이 중단될 것이라고 두 차례나 경고한 점을 들어 쌀 차관과 비료 10만t 제공 논의는 미사일 문제 해결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유보하겠다고 못박으면서 회담이 결렬될 수 밖에 없었다.

북측은 이에 지난 달 19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중단을 선언하고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남측 건설인력을 사실상 쫓아낸 데 이어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자기측 당국 인력까지 철수시켰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미사일과 쌀 차관을 놓고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하지만 지난 달 14∼16일 평안남도와 황해북도, 강원도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이후 사태를 주시하던 우리 정부는 지난 11일 우선 1단계로 대북지원 민간단체에 100억원을 지원하고 2단계로 한적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지원 결단 배경에는 남북 간 대화의 끈을 다시 연결하고 싶어하는 기대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적십자 실무접촉이 이뤄지고 지원도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향후 관심은 수해로 마련된 이 같은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당국 수준으로 격상되고 대화의 소재가 수해가 아닌 다른 현안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여부에 있어 보인다.

이는 결국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지난 달 장관급회담 이후 북측이 취한 잇따른 강경조치가 쌀 차관 논의 유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만큼 이번 쌀 지원이 북측의 태도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수해 직후 국제적십자연맹(IFRC)을 통한 한적의 지원 용의를 거부하던 북측이 지난 9일에는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해 온 데 이어 적십자 차원의 지원도 수용한 점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북측이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식량이 절실한 내부 사정에 비춰 우리측과의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측이나 기대에도 불구하고 꽉 막힌 북미관계에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만 남북 당국 관계가 제대로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는 정부가 미사일문제 해결의 출구가 마련되는 시점을 쌀 차관 논의 재개 시기와 연결시키면서 남북관계가 국제정세와 사실상 연동돼 있는 상황을 감안한 전망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쪽에서 흘러나온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한반도 정세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정세 속에서 9월 14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정세 호전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은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18일 국회 남북평화통일특위에서 여야 합의가 있으면 쌀 차관 및 비료 제공 논의를 재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적 동의가 있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여야 합의가 있으면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며 `원론적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출구 확보를 쌀 차관 논의의 재개 시점과 연결시켰던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태도 변화 못지 않게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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