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차관-2·13합의 연계 왜 했었나?

정부는 26일 북한의 ‘2·13 합의’ 초기조치 미이행으로 유보했던 대북 쌀 차관(40만t)을 오는 30일부터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30일 첫 항차로 쌀 3천t이 군산항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보내질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담은 전통문을 이날 북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차관 형식의 식량 지원은 작년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중단된 지 11개월 만이다.

쌀 40만t 제공은 국내산 15만t과 외국산 25만t으로 이뤄진다. 소요 예산은 외국산 쌀의 단가(t당 380달러)를 기준으로 총 1억5천200달러(1649억원)가 들어갈 예정이다. 쌀 차관 조건은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이며 이자율은 연 1%다.

국내산 쌀(15만t)의 단가는 t당 171만원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외국산 쌀과의 차액에 대해 ‘양곡특별관리회계’를 통해 약 2천200억원이 지원된다. 따라서 쌀 40만t 차관에는 총 3천84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쌀 차관은 지난 제13차 경추위에서 5월 말부터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문제를 이유로 2.13 합의 초기조치를 이행하지 않자 정부는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해 왔었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으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된 조건에서 북측이 2·13 합의를 미루는 와중에 쌀 차관을 제공할 경우 국민적 거부감이 클 것으로 우려해 쌀 제공을 늦춰왔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그동안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BDA 북자금 송금이 완료되고 미국 힐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자, “2·13합의가 이행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가시적인 조치는 없는 상태여서 지원이 때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이 장관은 “쌀 차관 자체가 2.13합의 (이행에)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북측의 2·13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그동안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해 온 정책이 스스로 잘못 됐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쌀 차관 유보는 단지 국민들의 눈치만 살피며 지원 시기만을 엿본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 쌀 차관 40만t 지원에 대한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 10만t 제공시마다 남포,송림,흥남 등 하역지를 중심으로 동해 3곳, 서해 2곳씩 총 20곳을 현장 방문해 모니터할 예정이다.

정부는 4명 정도의 모니터링 요원을 파견하게 된다. 이들은 하역 기간에 맞춰 약 2~3일 정도 북측에 머물며 북측 양정사업소로 옮겨진 쌀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배급되지를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40만t 규모를 감시하는데 4명의 모니터 요원이 감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방문 현장도 20곳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기구의 경우 현지에 상주하며 지원 현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방문 횟수와 규모를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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