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지원’ 여론에 통일부 ‘곤혹’

최근 민간단체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통일부가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창고에 쌓여만 가는 정부비축미 처리 방안의 하나로 ‘북한주민을 돕는 데 쓰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통일부로서는 기존에 설정한 원칙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그동안 정치권의 대북 쌀 지원 요구가 주로 야당에서 나왔다면 최근에는 여당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7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사덕 의원은 “1년에 2천억∼3천억원씩 창고유지비를 쓰고 일부에서 사료로 쓰자는 얘기를 하면서 북한에 쌀 보내는 것을 끝까지 주저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한나라당 소속인 정의화 의원은 지난 6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쌀 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6일 국감 답변에서 대규모 식량지원은 북핵 상황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과거 정부 시절 있었던 수십만t 단위의 대북 쌀.비료 지원은 북핵 문제의 진전 및 남북관계 상황과 별개로 이뤄질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나 대북 쌀 지원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정부의 ‘속병’은 깊어질 듯하다.

민간단체의 대북 쌀 지원 요구에 여당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쌀 보관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북핵’ 운운하며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특히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이 2천만달러 이상의 대북 무상지원에 나서면서 대북 지원 제한을 통한 제재의 의미와 효과가 약해진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는 게 ‘MB노믹스’가 내세우는 시장원리 중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8일 “국내 쌀 수급과 대북지원은 별개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외부에서 여러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정부의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북핵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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