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비료 지원, ‘출구’ 달라지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정부가 유보한 대북 쌀·비료 지원의 재개를 위한 이른바 ’출구’가 북한 핵실험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미사일 사태 해결의 ’출구’가 보였을 때 쌀·비료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혀왔고 그 ’출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상황이 변한만큼 쌀.비료 지원 재개의 조건도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실험 이후 대북 추가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쌀·비료 유보 외에 정부가 택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비공식 간담회에서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대북 레버리지(지렛대)의 상당 부분, 금액으로는 80∼90%를 썼다”면서 “쌀과 비료 중단이 가장 효과적인 제재”라고 말해 추가 제재 카드가 별로 없음을 암시했다.

따라서 추가제재 카드를 택하기가 마땅치 않으니 이미 유보된 쌀·비료 지원의 재개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게 한반도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지 않은 가운데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제사회와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한 만큼 유엔 대북 결의안 1718호가 새로운 ’출구’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유엔 결의안 1718호 15항은 ’북한의 결의 규정 준수에 비춰 필요할 경우, 강화, 수정, 중지 또는 조치의 해제 등을 포함한 8항 조치들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 준비를 갖춘다’고 규정했다.

즉, 북한이 결의안에 명시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국제원자역기구(IAEA) 복귀와 미사일발사 유예 공약 재확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의 폐기 등 조치를 취해야 1718호의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쌀·비료 지원 유보가 유엔 결의안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 재개 조건이 반드시 이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보조를 맞춰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출구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유지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쌀·비료 지원 재개의 조건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내건 데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6자회담 재개라는 인식이 깔려있는데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설령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서도 그동안의 강경 입장을 고수,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이 없다하더라도 쌀과 비료 지원이 재개되면 적어도 남북관계에는 해빙기가 찾아와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출구를 좁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는 등 아직까지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율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쌀·비료 지원 재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핵실험 이전에서 입장이 변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