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비료 지원 어떻게 진행될까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정부 내에서 다소 엇갈린 발언들이 나와 대북 쌀.비료 지원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 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도적 지원은 단계적으로 해야한다. 쌀과 비료를 한꺼번에 줄 수 없다”면서 “(2.13합의에 적시된) 행동 대 행동 진행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북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인도적지원을 북핵문제와 연동해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통일부가 2007년 업무계획에서 밝힌 `인도적지원은 가급적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는 방침과 다소 궤를 달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업무계획에서도 인도적지원을 가급적 정치 상황과 분리하겠다고 했지 정치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도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인도적지원에는 시민단체, 국제기구, 긴급 재난 지원 등 여러가지가 있다”면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고려할 것은 하고 안할 것은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따라서 이날 고위당국자의 발언과 이 장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인도적 지원 중 쌀.비료 지원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성격으로 구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행동 대 행동 상황을 염두에 두겠다면 북한이 핵불능화 조치까지 이행 정도에 따라 중유량을 늘려나가기로 한 `2.13합의’와 비슷한 형태로 대북 쌀.비료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즉, 북한이 핵시설 폐쇄와 핵프로그램 신고, 핵불능화 조치 등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이에 맞춰 대북 지원도 늘려나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작년에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지원이 유보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움직이는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됐던 대북 쌀.비료 지원을 북핵문제에 서도 `카드’로 쓰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날 고위당국자가 밝힌 단계적 지원도 대북 지원을 레버리지로 바라보는 연장선상에서 해석되며 실제 작년에도 이같은 원칙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작년에 북한의 45만t 비료 요청에 봄에 일단 15만t을 지원하고 이후 재차 합의를 거쳐 20만t 등을 보냈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남은 10만t은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건없는 지원인 비료와는 달리 차관으로 상거래 성격이 있는 쌀은 다소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에는 남북 간에 차관 계약을 하기 전이어서 쌀 지원을 보류했지만 올해의 경우 이번 장관급회담을 거쳐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정식 계약을 한 뒤라면 상황에 따라 일방적으로 보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북 쌀.비료 지원이 북핵문제와 엄격하게 연동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장관급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지원 요청을 단호히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봄 파종기에 쓸 비료와 춘궁기를 견딜 쌀을 일부 긴급구호성으로 지원해 남북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뒤 나머지는 핵폐기 이행 정도와 국민여론을 감안해 추가 지원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또한 인도적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이 장관의 평소 소신을 감안하면 북핵문제가 다소 난항을 겪더라도 추가 지원에 긍정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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