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수해지원이 남북관계 되살릴까

정부가 11일 민간 대북지원단체와 대한적십자사(한적)를 통해 북한 수해복구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냉랭해진 남북관계 복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남북관계는 이미 지난 5월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북측이 시험운행 하루를 앞두고 무기 연기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고 지난 달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완전히 뒤틀리고 말았다.

미사일 발사 이후 6일 만에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은 미사일 발사 문제를 따지는 한편으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고 북측은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린 것.

우리측은 북측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이후 실제 발사할 경우 쌀 차관 제공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두 차례나 경고한 점을 들어 쌀 차관 50만t과 비료 10만t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장관급회담이 3박4일의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2박3일 만에 조기 종료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북측은 평양으로 돌아간 직후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중단을 선언하고 금강산에 짓던 이산가족면회소의 건설인력을 사실상 쫓아냈다.

이 와중에 지난 달 14∼16일 평안남도와 황해북도, 강원도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4천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생기고 농경지는 물론 철도·도로 인프라까지 피해를 입는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여일 간에 걸친 고민 끝에 이날 민간단체에 100억원을 지원하고 한적을 통해 쌀과 복구장비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여론의 향방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결단의 배경에는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의 끈을 다시 연결하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이날 “어디까지나 긴급구호의 성격을 띠는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북측이 이번 지원을 계기로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기대는 정부 안팎에서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이런 기대에는 북측이 지난 달 장관급회담 이후 취한 잇따른 강경조치가 쌀 차관 논의 유보에 대한 ‘배신감’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한적이 쌀 지원에 나서면서 북측의 상한 감정이 풀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해 직후 국제적십자연맹(IFRC)을 통한 한적의 지원 용의를 거부하던 북측이 8월 들어 우리측 민간단체의 소규모 지원을 받아들이고 지난 9일에는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해 온 점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점치도록 만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지원이 민간단체나 한적을 통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직접 지원에 가깝다는 점도 북측이 우리 당국에 쌓인 앙금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북측의 이같은 태도 변화 조짐에 힘입어 정부는 당국 간 대화의 재개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팎을 옥죄고 있는 이른바 ‘미사일 정세’를 돌파하는 출구 확보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북측이 그동안 압박 국면에서는 대화에 나오지 않다가 긴장 구도가 조금씩 풀릴 무렵 회담 복귀 결단을 내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런 기대의 배경이다.

더욱이 정부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9월 초까지는 남북 간 대화의 틀을 복원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국면을 풀 수 있는 단초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대북 지원이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를 녹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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